‘농협개혁 태풍 속으로’…첫 호남출신 김병원 농협회장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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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개혁 태풍 속으로’…첫 호남출신 김병원 농협회장 당선
  • 한형철 기자
  • 승인 2016.01.1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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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주 폐지·회장선출 직선제 전환·상호금융 독립...파격적 공약
조합 말단 직원서 중앙회장까지…정부반대 개혁공약 실현 험로 예고

▲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회장으로 당선된 김병원 후보가 대의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제23대 선출직 농협중앙회장으로 호남출신 김병원(63) 후보가 3수 끝에 당선됨에 따라 농협 일대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김 당선자는 1차 투표에서 2위에 머물렀으나 결선투표에서 289표 중 163표를 얻어 1차 투표 1위자 이성희 후보를 37표 차이로 이겼다. 이 당선인은 결산총회가 끝나는 2016년 3월 하순부터 4년간 농협 중앙회장으로 활동한다.

그는 다른 후보에 비해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농협 경제지주 폐지가 단적인 예다. 김 당선인은 "농협 경제지주로 농협중앙회의 경제 사업이 모두 이관되면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은 업무경합을 피할 수 없다"며 "경제지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모형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 경제지주 제도를 폐지하려면 농협법을 개정해야 한다. 농협 경제지주 신설을 위해 농협법을 개혁한 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을 2017년까지 경제지주로 이관해야 하는데 현재 절반 정도 진행된 상황"이라며 "경제지주가 완성된 형태로 운영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지주 신설로 인한 폐단을 논하기 어렵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귀띔했다.

농협 경제지주는 2011년 농협법 개정으로 2012년 신설됐다. 농협이 돈되는 신용사업에만 치중하다보니 농업인이 원하는 농축산물 유통과 판매 등 경제사업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경제사업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였다. 경제지주는 245만명의 조합원이 생산한 농축산물 유통, 판매를 전담하는 종합유통그룹으로 농협유통, 남해화학, 농협사료, 농협목우촌 등 13개 자회사가 들어있다.

농협 상호금융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으로 독립 법인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것이 김 당선자의 공약이다.

1969년 탄생한 농협 상호금융은 2015년 10월말 기준 예수금 258조원, 대출금 178조원에 이른다. 김 당선인은 "돈을 벌면 그 돈이 지역농협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중앙회에 정체돼 있다"며 "상호금융을 중앙은행으로 독립시키고 수익률 5% 이상 나오게 만들어 지역농협에 이익을 환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재 2.4%인 순이자마진율을 2배 이상 높인다는 게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전남 나주 남평조합장을 지낸 김병원(63)씨가 호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민선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광주·전남 지역사회 인사들은 대부분 환영하며 반겼다.

김 씨는 남평농협 조합장을 내리 세번이나 연임한 이 지역 출신이다.

광주 인근에 있는 남평농협은 2006년 다도농협을 흡수 합병했다. 현재 임직원은 100명, 농가수는 2천683가구에 조합원수 2천894명의 농촌형 농협이다.

1978년 농협에 입사한 김씨는 남평농협에서 말단 직원에서부터 전무를 거쳐 1999년부터 13년간 조합장을 3차례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김씨는 이같은 이력뿐만이 아니라 조합장 재임시 이뤄놓은 각종 사업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친환경농업이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 친환경 쌀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농가 소득증대와 안정적인 농협경영을 이뤘다.

일찌감치 지역사회·소비자와 함께 하는 친환경농산물 택배사업을 시작해 농가에는 판로를 만들어주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했다.

상품은 나주시 관내 생산 농산물을 우선 공급했으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만 공급해 절임배추와 친환경패키지 택배는 수도권 소비자가 70%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남평농협의 '9988봉사대'도 김씨가 구축한 고령 농업인 복지증진사업으로 유명하다.

조합원들이 '99세까지 88(팔팔)하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령농가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과 목욕봉사·말 벗 돼주기 등을 실시했다.

또 지자체와 협력해 다도지역 산촌종합개발프로젝트도 추진했는데 예산은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고 사업은 농협에서 추진해 성과를 거뒀다.

2007년에는 나주특산쌀인 '왕건이탐낸쌀'이 전국12대 브랜드에 3년 연속 선정돼 일반 쌀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같은 다양한 사업으로 농협과 농민,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농협중앙회로부터 총화상을 받기도 했다.

총화상은 전국 농협을 대상으로 조합원실익사업 및 소득증대, 직원간 화합, 고객서비스 등을 평가해 주어지는 농협 최고의 상이다.

김씨는 조합장 재임시절인 2007년과 2011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잇따라 출마한 경험도 있다.

2007년 선거 때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으나 결선에서 최원병 현 회장에 패했지만 이후 최원병 현 농협중앙회장 체제에서 NH무역과 농협양곡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4년 임기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을 많이 했다는 김 당선인은 "1년은 농협 중앙회가 가진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치는 데 보내고, 또 1년은 회원농협의 균형발전을 위해 보낼 것"이라는 말로 변화를 예고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새 회장이 개혁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취임 초기에 변화의 바람이 크게 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실현가능성이 낮게 평가되는 공약이 일부 있는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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