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안하고, 이웃소식 담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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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안하고, 이웃소식 담아내야”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3.06.25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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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시장 김영복·박경옥씨

힘들어도 재미없음 못 팔아…….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양동시장 채소가게 상인들은 손님 맞으랴, 배달하랴, 전화주문 받으랴 하루 온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상인들은 새벽4시부터 그날 해 떨어질 때까지 그야말로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취재진이 찾아갔던 시간에도 분주한 움직인 탓에 말 한마디 건네기가 도통 쉽지가 않았다.


“쪽파 한 단에 2천원이고 열무는 한 단에 6천원이어라. 내일부터 장마지믄 채소 값도 덩달아 껑충 뛸 것인디 어여 싸게들 사가시오들”

배추며 고추, 시금치, 쪽파, 아욱 등 싱싱한 채소를 펼쳐놓고 손님맞이에 한창인 김영복 (62세)씨는 건너편 채소가게를 포함해 15 년 여간 양동시장을 지켜온 토박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질문을 던지자 ‘나보다 고참’ 이라며 맞은편 가게에 물어보라고 손사래를 친다.

힘들지 않냐고 묻자 “자식들은 이미 다 커서 지들 앞가림은 하고 있지만 이렇게 손에 익은 시장 일을 좀처럼 놓기가 어디 쉽간디?” 반문하며 “이거 벌어 몇 푼 안 되는 것 같지만 이렇게 한푼 두푼 모아가는 재미도 솔찬하다”고 자랑한다. 그러면서 이웃채소 가게를 가리키며 이곳에서 장사하며 인근 시골에 사놓은 땅이며 밭이 아마도 수억 원은 족히 될 거라 은근히 귀띔해 준다.

재래시장은 뭐니 뭐니 해도 물건 깎는 맛에 간다고 했던가! 간혹 깎아 달라는 손님들도 있냐는 질문에 도매상이나 다름없는 장사일뿐더러 요샌 물건 깎는 손님도 없다고 한다. 대신 사가는 물량이 많으면 알아서 깎아 준다고.

아들 위해서라도 정직한 언론 있어야

김영복씨를 코앞에 마주보고 나란히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박경옥(42)씨. 박씨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장사한지 18여년이 지났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디나 젊은 새댁이 남편과 함께 이곳에 자리 잡고 채소가게를 운영하면서 겪었을 만고풍상은 상상만으로도 눈에 선하다.

지금은 훌쩍 커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에 접어든 큰아이가 저기서 자랐다며 박씨가 가리킨 곳은 2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지금은 채소만 덩그러니 쌓여 있다.


박씨의 트고 갈라진 거친 손마디에선 나이도 무색케 할 모진 세월의 흔적만 자리하고 있지만 세상을 다 가진듯한 그녀의 환한 웃음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날려버리고 남을 핵폭탄급 위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박씨는 이곳 채소상 중 가장 어리지만 인기만큼은 최고. 싹싹하고 붙임성 좋은 게 영락없는 이웃집 며느리·딸내미다. 뿐만 아니라 손님들에게도 친절해 한두 번 오가는 손님들은 어김없이 단골이 된다. 때마침 손님이 지나가다 아욱을 가리키며 가격을 묻자 가격과 함께 아욱국 맛있게 끓이는 요령과 함께 넣어야 할 재료를 상세히 설명해 주는 박씨.

지역 언론에 바라는 것을 묻자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데 바쁜디 뭘 알 것소만, 서울이고 지역이고 간에 온통 딴 세상 얘기들만 하고 어느 신문 어느 방송이나 똑같은 소리만 하는디 보고 싶은 맘이 생기겄소. 그라고 무엇보다 일 끝나고 나믄 피곤해서 잠자기도 바쁜디 뉴스 같은걸 볼 시간이나 있다요?”라며 반문한다.

그래놓고 한마디 거든다. “그렇긴 해도 우쨌든 울 아들 살아갈 세상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거짓말 안하고 우리 같은 서민들 얘기들 많이 나오는 언론이 좋은 언론 아니겄소?”라고 강력한 돌직구 하나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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