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같던 '스승의 은혜'는 요즘…스승의날 新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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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같던 '스승의 은혜'는 요즘…스승의날 新풍속도
  • 강금단 기자
  • 승인 2016.05.15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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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앞두고 조용한 학교…학원 향하는 학부모
직장인 57% "학창시절 선생님 보다 인생스승이 우선"
▲ 스승주간 포스터. 사진: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오늘날 교사는 있지만 스승은 없다'는 말이 교육계에서 자조적으로 번지고 있다. 1958년 투병하던 학교 선생님을 학생들이 문병한 데서 기원한 스승의날은 2016년 어떤 모습일까.

◇ 안 주고 안 받고…'스승의날' 조용해진 학교

# 올초 세종시의 A중학교 교사로 임용된 김모(29‧여)씨는 지난 13일 들뜬 마음으로 출근했다 허탈해졌다. 이날은 올해 일요일과 겹친 스승의날 전 마지막 등교일.

하지만 학교에서 스승의날 분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침수업 시작 전 교장과 교감의 짧은 격려사가 있었을 뿐이다.

교사로서 처음 맞는 스승의날에 제자들과 정을 다지고 싶었던 김씨는 "아이들에게 해줄 말을 준비해왔지만 학생들도, 다른 선생님들도 가만히 있어 (준비해온 말을) 그만뒀다"며 아쉬워했다.

# 5년차 교사 이모(35)씨가 근무하는 B고등학교는 이날 학년별로 소풍 등 야외학습을 진행했다. 학교 밖 활동이기 때문에 당연히 스승의날 행사도 없었다.

이씨는 "보통 소풍 계획은 5월초 중간고사를 마친 다음주나 그 다음주 금요일에 잡는 편이지만 올해는 스승의날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승의날이면 교무실로 배달되는 꽃바구니와 떡 같은 작은 선물은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런저런 이유로 스승의날 의미가 갈수록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편하다"고 털어놨다.

<포커스뉴스>가 지난 13일 전국 50개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스승의날 기념행사를 가진 학교는 12개교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기념행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이 중 11개교는 야외 현장학습 등으로 학교를 벗어났다.

▲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한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의 마음 씀씀이에 기뻐하며 스승의 은혜 노래를 같이 부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학교와 뒤바뀐 학원‧어린이집 풍경

# 지난 13일 경기 수원에 사는 안모(45‧여)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른 딸(17)의 손에 홍삼 선물세트를 쥐어줬다. 3년째 딸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학원교사에게 보내는 스승의날 선물이다.

안씨는 "학교 담임선생님은 1년마다 바뀌기도 하고 무엇보다 선물이 금지돼 준비하지 않았다"면서도 "오랫동안 딸을 봐주며 성적을 올려준 학원 선생님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 10년차 워킹맘인 오모(38)씨에게는 초등학교 3학년 첫째 아들(9)과 5살짜리 막내딸이 있다. 오씨는 이번 스승의날 선물로 10만원 상당의 떡 선물세트 2개를 준비했다.

하나는 방과 후에 아들을 전용버스로 데려다 공부시킨 뒤 집까지 데려다주는 종합학원에, 다른 하나는 오후 6시까지 딸을 맡아주는 어린이집에 전달했다.

오씨 역시 "학교에서는 선물이 금지한다고 해 준비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내가 없는 동안 아이들을 살펴주는 건 사설기관 선생님들"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어린이집과 사설학원은 공교육에 해당되지 않아 스승의날 선물 등에 관련 규제가 없다. 반면 현행 공무원행동강령에 의해 학교 교사는 3만원이 넘는 식사나 선물을 받으면 처벌된다.

◇ 달라지는 '스승'의 개념…"인생 스승이 필요"

# 회사원인 이모(30)씨는 스승의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3년 전 회계 시험을 준비할 때 자주 찾던 학교 앞 식당 주인 할머니다.

이씨는 "힘들 때마다 밥집을 찾으면 주인 할머니가 메뉴에 없지만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며 "할머니의 격려를 들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났다"고 말했다.

반면 학창시절 만난 선생님들과의 추억은 거의 없다. 이씨는 "학교 선생님들과 나눈 대화는 성적에 맞는 대학은 어딘지, 어느 학과가 취업은 잘 되는지 등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 직장생활 7년차인 강모(32·여)씨는 6년 전 네팔 여행 중에 만난 한국인 부부를 '스승'으로 꼽았다.

당시 이직, 결혼 등으로 고민하던 강씨에게 국내에서의 편안한 생활을 버리고 세계여행을 결심한 40대 부부는 삶의 멘토가 됐다.

강씨는 "가끔 고민이 생기면 네팔에 머무르며 봉사활동 중인 부부에게 연락해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스승의날을 앞두고 직장인 788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에 달하는 사람들(89.1%)이 "인생의 스승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 중 학창시절 선생님을 스승으로 꼽은 사람은 35.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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