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내라" 결핵 사망자 4시간 응급실 눕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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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 내라" 결핵 사망자 4시간 응급실 눕혀뒀다
  • 연합뉴스
  • 승인 2016.07.2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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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한 국립병원이 결핵을 앓다 피를 토하며 사망한 환자를 일반환자들이 있는 응급실에 4시간 30분여동안 방치해 전염병 환자 관리가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5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김모(57)씨가 광주 북구 유동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 23일 오전 7시께다.

김씨는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피를 토하며 골목길에 쓰러져 이웃 주민의 신고로 광주 국립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오전 7시 30분께 119구급대에 의해 이송됐다.

김씨는 병원 응급실에서 30여분동안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김씨와 함께 밭일을 가기로 해 집 앞에서 기다리다 김씨가 쓰러진 것을 발견한 지인은 함께 병원까지 동행해 의료진에게 김씨가 '결핵 환자'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후 사건 내용 조사를 위해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경찰도 주변인 조사결과를 토대로 담당 간호사에게 "결핵 환자인데 영안실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핵이 공기중 전염 질환이지만, 사망자가 피를 토한 채 병원으로 옮겨져 혹시나 하는 감염 가능성이 우려돼 격리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응급실 간호사는 "(병원비) 수납 등 관련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며 "사망자의 가족이 와야 영안실로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망한 김씨가 누워있던 곳은 응급실 공간과 분리된 심폐소생술이긴 하나 수백 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오가는 응급실 한쪽의 개방형 공간이었다.

사건 처리 담당 경찰관은 "격리가 시급해 보이는 상황에서 생활보호대상자로 가족들에게 연락할 길이 없어 지인이 병원비 수납을 약속하고, 경찰관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해도 병원 측은 꿈쩍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결국 정오가 다 돼서야 관할 구청 사회복지사의 결핵 환자 확인과 병원비 지급보증 약속을 받고 시신을 영안실로 옮겼다.

결핵 전문의 자문결과 결핵은 호흡기 전염 감염병으로 환자가 사망하면 감염 위험성이 없어 여타 체액 감염병과 달리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또 김씨는 이미 6개월여동안 결핵 치료약을 복용해 비활동성 환자로 분류, 전염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병원이 법정 전염병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행정적 처리 원칙과 병원비 수급 문제를 우려해 선제적 전염 예방에 나서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전대병원 측은 "경찰의 주장과 달리 사망자가 결핵 환자인지 인지한 것은 오전 11시 30분에서였다"며 "결핵 환자라면 격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결핵 환자인지 몰랐고 사망이후에도 응급실내 심폐소생실에 격리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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