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제대로 해야 '제2의 진경준'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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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제대로 해야 '제2의 진경준' 막는다
  • 연합뉴스
  • 승인 2016.07.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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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검사장이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주식 대박' 논란을 일으킨 지 4개월여 만에 9억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기소 된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특임검사팀이 29일 발표한 수사 결과를 보면 진 검사장의 혐의는 과연 차관급 검찰 공무원이 저지른 비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파렴치한 내용 일색이다. '진경준 사건'은 검찰로서는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다.

공직을 치부의 수단으로 삼은 진 검사장의 비리는 상습적이면서 행태도 다양했다. 그는 친구 사이인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회장한테 공짜로 받은 주식으로 120억여 원의 차익을 챙겼고, 고급 승용차를 1년간 그냥 이용하다 아예 넘겨받았다. 또 2005년 11월부터 2014년 말까지 11차례 김 회장과 넥슨 측으로부터 가족 해외여행 경비 5천11만 원을 지원받았고 대기업에 접근해 처남이 운영하는 청소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하기도 했다. 차명계좌를 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법률지식과 수사에서 배운 노하우를 자신의 잇속을 채우는 데 이용했다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이런 사람이 검찰 내 요직으로 통하는 자리를 두루 거쳐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검찰이 제대로 된 조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 검사장에 대한 부실 인사검증의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이날 불구속 기소된 김정주 회장의 경영비리는 별도의 수사팀이 수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와 함께 법무부에 진 검사장을 해임해달라고 징계를 청구했다. 검사장을 해임하기로 한 것도 처음이라고 한다. 대검찰청은 이날 평검사부터 고등검사장까지 모든 직급 검사가 참여하는 '검찰 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검찰제도 전반과 조직문화 등의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셀프개혁' 의지를 또다시 밝혔다.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런 검찰의 반성과 개혁 의지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이미 '벤츠 검사'나 '그랜저 검사' 등 검사 관련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러 가지 대책이 나왔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진경준 사건은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검찰은 근본적인 개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국민이 검찰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검찰의 독점적인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비등하다. 야권에서는 수사지휘권과 공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추진 중이다. 검찰이 스스로 자정능력의 한계를 드러낸다면 외부의 개혁 요구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일선 검찰에는 여전히 거악과 맞서 싸우려는 정의로운 검사들이 많다고 믿는다. 이번이 검찰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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