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촉촉한 감성 전하는 사랑 에세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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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촉촉한 감성 전하는 사랑 에세이들
  • 연합뉴스
  • 승인 2016.08.0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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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사랑하기 좋은 책',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오늘 당신이 좋아서'

바쁜 일상에 지쳐 메마른 감성을 살찌워줄 사랑에 관한 에세이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찾은 휴가지나 집, 카페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찬찬히 읽어보면 좋을 만한 책이다.

특히 시인들이 특유의 문학적인 감성과 절제된 문장으로 쓴 에세이들이 눈에 띈다.

'사랑하기 좋은 책'(난다)은 김행숙 시인이 사랑을 주제로 쓴 독특한 에세이다. 다른 산문집과 달리 사랑에 관한 기존의 책들과 그중에서도 특히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주요 모티프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점이 특별하다.

시인의 집 근처 작은 도서관에는 익명의 기증자로부터 받은 책으로 채워진 방이 있는데, 시인은 이 공간을 '사랑의 도서관'으로 부르며 이곳에서 만난 책들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써내려간다.

"이 방에서 책을 꺼내 뒤적이다 보면 이 세상의 모든 책은 사랑의 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랑하기 좋은 책." ('사랑하기 좋은 책' 본문 중)

시인은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 중 하나인 인어공주에서 시작해 아름다운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를 담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알랭 바디우의 '사랑의 예찬', 마르케스의 소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등 수많은 책에 담긴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어나간다.

책의 맨 뒤에 시인이 '사랑의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고 인용한 책 목록을 적어놓은 것을 보면 사랑에 관한 책을 망라한 한 편의 독서일기처럼 읽히기도 한다.

시인 신용목이 펴낸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난다)는 시집으로도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꼭 너를 사랑하는 일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모든 것이 그렇다.//누구나 수백 가지 이유를 버리고 단 한 가지 이유로 서로를 사랑한다.//누구나 수백 가지 이유를 지우고 단 한 가지 이유로 서로와 헤어진다.//꼭 생의 쓸쓸한 진실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이 글들도 그렇다."

이는 산문집의 첫 번째 글인 '모든 것이 그렇다'라는 제목의 글 전문이다. 한 편의 시로도 볼 수 있을 만큼 잘 벼리어진 문장들이다.

'누구도 인생을 한꺼번에 살지 않는다', '내 몸속 어떤 성분이 당신을 기다릴까', '고통은 세상에 대답하는 방식이다', '사랑은 전생의 기억을 대신하여 푸르다', '사랑은 나를 사랑했을까?', '그리움에도 스위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밤', '사랑이라는 것은 공룡과도 같아서', '이제 우리는 서로에게 밤입니다' 등 각 글의 제목 하나하나가 시 구절처럼 아름답다.

사랑과 인생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감성적인 문장들은 시처럼 짧은 분량이지만 진한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 글마다 끼워져 글의 분위기를 더한다.

'오늘 당신이 좋아서'(난다)는 글도 쓰고 사진가로도 활동하는 전소연 작가가 펴낸 에세이다.

작가가 실제로 사랑을 하면서 쓴 글들을 담은 책이어서 공감의 폭이 크다. 2010년의 365일 동안 작가가 '시인 K'라는 남자를 사랑하면서 애태우고 행복해하고 헤매고 아파한 매일의 기록을 담았다.

작가는 결국 '시인 K'와 결혼에 이르러 지금은 아들 둘을 낳은 엄마가 됐다. 가정을 이뤄 살면서 3년여 동안 결혼 전 사랑의 기록을 공들여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 작가가 찍은 수많은 사진이 짧은 글에 더해져 사진집 같은 느낌도 든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선명하게 내 것이 되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우리가 부르는 인연이 그것이겠지. 마음을 끄는 그 누군가."('오늘 당신이 좋아서'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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