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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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의 과제
  • 연합뉴스
  • 승인 2016.08.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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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9일 전당대회를 열고 앞으로 2년간 당을 이끌며 내년 대선 경선을 총괄하는 당 대표로 호남 출신의 친박(친박근혜)계 이정현 의원을 선출했다. 이 의원은 비박(비박근혜)계 단일 후보인 대구·경북(TK) 출신의 주호영 의원을 여유 있는 표차로 따돌리고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에서 첫 호남 출신 대표가 됐다. 그의 당선은 정치사적 의미도 적잖다고 하겠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박계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도 4명을 차지해 당 지도부를 사실상 장악했다. 집권당에 박근혜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구축됨으로써 앞으로 원활한 당·청 관계가 예상되지만, 계파 갈등 해소에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는 경선과정에서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또다시 드러났다. 각 계파의 실력자들이 출마를 포기한 상태에서 나선 당권 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계파청산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처음부터 계파 대결 양상으로 흘렀다. 친박 패권주의를 비판해온 비박계 진영은 두 차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주호영 후보를 내세웠고, 경선 막판에는 계파별로 '오더 투표' 의혹까지 제기되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누가 돼도 친박과 비박을 대표하는 '반쪽 대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 의원을 선택한 것이다.

친박계가 대선 경선 관리를 책임짐에 따라 여권의 대선 잠룡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뚜렷한 대권 주자가 없는 친박계가 호남 출신 당 대표 선출을 계기로 충청-TK-호남을 잇는 삼각 연합을 통해 '반기문 대망론'을 조기에 띄울 것이 전망이 벌써 나온다. 충청과 TK 연합만으로 위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이 대표가 호남 지역에서 세를 충분히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비박계 후보를 직접 지원했던 김무성 전 대표의 입지는 당분간 좁아지겠지만, 주류 친박계와 청와대를 상대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 국민의 지지를 받겠다는 전략으로 나올 공산이 커 보인다. 전당대회 이후에 당내 계파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분당 가능성까지 점치는 모양이다.

결국 이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당의 통합과 쇄신일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가 화합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그리고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의 다짐이 말로서 그쳐선 안 될 것이다. 향후 당직 인선 등에서 강력한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새누리당이 전대 이후에도 계파 갈등을 수습하지 못하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 대표는 '계파 대표'가 아닌 당 대표로서 당 쇄신과 화합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당·청 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 대표와 박 대통령의 각별한 관계를 감안하면 그간 있었던 당·청 간 불협화음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청와대에 종속된 여당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이 대표는 청와대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언제든지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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