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신세계] 우리사회의 단면들을 직시하는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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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신세계] 우리사회의 단면들을 직시하는 '터널'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16.08.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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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극장가에 한국 영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후반부 경쟁에 합류할 신작 두 편 중

배우 하정우가 주연한 영화 〈터널〉이 출발부터 박스오피스 1위로 내달리고 있다.

◇ 한국의 터널…도로 터널만 1944곳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면서 현실 속 터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어서 어디를 가든 터널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격적인 휴가철이어서 다른 어느 때보다 터널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 시기이기도 하다.

서울만 해도 남산1~3호 터널 등 198곳의 터널(지하차도 포함)이 있다. 최근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도로 터널은 1944곳에 이른다. 터널을 모두 합한 길이(총 연장)는 1418.7㎞로 서울~부산(약 400㎞)을 세 번 넘게 다녀야 하는 거리다.

터널이 가장 많은 도로는 당연히 고속도로다. 경부·중부고속도로 등 전국 고속도로엔 925곳(729.2㎞)의 터널이 있다. 일반 국도에 위치한 터널도 532곳, 379.6㎞에 이른다. 나머지는 시·군도에 있다.

이 같은 터널은 최근 10년 새 도로가 확 늘어나면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2006년 말 기준 전국의 터널은 932곳, 649㎞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최근 10년새 평택~음성간 고속도로 등 대형 고속도로가 잇따라 개통하면서 터널 수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도로 터널 중 가장 긴 곳은 서울~양양간 고속도로의 인제터널로 11㎞에 이른다. 차량으로 10분 정도 달려야 하는 거리다. 도로뿐 아니라 철로를 포함해 가장 긴 터널은 완공을 앞두고 있는 서울 수서~평택간 고속철도 구간에 있는 율현터널이다.

이 터널은 길이가 무려 50.3㎞에 이른다. 국내 최장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셋째로 긴 터널이다. 지난해 말 완공한 대관령터널(철도 원주~강릉선)은 산악철로터널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21.7㎞다.

이 터널은 산악지형의 길고 깊은 곳을 지나는 탓에 중간 지점에 열차가 마주 달리고 승객들이 대피할 수 있는 ‘신호장’도 만들어 놓았다. 그만큼 공사 난도가 높아 공사기간 41개월 동안 연인원 25만9600여 명이 동원됐고 중장비 11만9000여 대가 투입되기도 했다.

◇ 줄거리 리뷰

재난영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공식들이 있다. 전대미문의 재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처절한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어지는 인간군상들의 처절하고도 추악한 모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피는 아름다운 인간애. 그리고 전대미문의 재난에 대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정의의 소방대원까지.

퇴근 길,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갇혀버린 한 남자.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버티지만, 구조에 대한 터널 밖 여론은 급변한다. 재난 영화이면서도 한국 사회의 세태에 대한 풍자와 유머가 녹아있다.

영화 〈터널〉은 새로 개통한 터널이 부실공사로 무너지며 매몰된 주인공 '정수'(하정우 분)를 구해내기 위한 이야기를 벌인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재난영화의 형태를 보여준다. 그런데 '터널'은 재난영화의 온갖 클리셰를 뒤틀며 재난보다 더 무서운 우리 사회에 대한 풍자를 사정없이 던져댄다.

〈터널〉은 시작부터 압도적인 충격으로 관객들의 숨을 막히게 한다. 보통의 재난영화들이 사전에 재난의 전조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서두에 길게 펼쳐내는 것과 달리 '터널'은 그야말로 아무런 예고도 없이 영화가 시작한지 불과 3분 만에 터널이 무너지며 '정수'가 깔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터널'에서 재난의 전조라고 등장한 것은 고작해야 깜박거리는 터널 내 조명과 터널 진입 직전 불길하게 울부짖는 산새들 정도가 고작이다.

영화 〈터널〉은 재난영화의 형식을 띠면서도 기존의 형식과는 크게 다른 구성을 전개한다. 터널 붕괴 사고에 대응하는 희화화된 캐릭터 속에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터널 안보다 오히려 터널 밖의 대한민국 전체를 재난상황으로 풍자한다. 반면 터널에 갇힌 하정우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긍정적인 자세로 위기를 극복해 감동을 준다.

특히 사고현장에 얼굴을 내밀고 얼빠진 모습으로 현장을 시찰하는 행정안전처 장관(김해숙 분)은 특유의 패션이나 말투, 얼굴 표정에서 현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이렇게 쌓여 가는 풍자들은 처음에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치미는 분노를 참아내기 힘들 정도로 격하게 감정을 쌓아올리게 만든다. 〈터널〉이 2014년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인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말이 결코 과장된 언사가 아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지나치게 희화화되어 말도 안 되는 '터널'의 이런 풍자적인 상황들이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재난영화를 가장한 사회풍자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한 꺼풀을 더 벗겨보면 초유의 재난에 직면한 한국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까발리는 '리얼리티 영화'였다는 이야기다.

〈터널〉은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김성훈 감독은 대중들이 원하는 상업적인 이야기 위에 영화의 이야기를 망치지 않으면서도 감독이 하고자 하는 주제는 충분히 전할 수 있는 사회풍자를 영리하게 끼워넣는다. 그래서 〈터널〉은 관객들이 그저 두 시간을 극장에서 만끽하기에도 좋은 영화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가슴이 뜨끔할 정도로 뼈 아픈 영화이기도 할 것이다.

〈터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 또 다시 혼자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하정우의 연기다. 터널에 홀로 매몰된 비극의 주인공 답지 않게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하정우의 모습은 〈터널〉에서 느껴지는 사회비판적인 냄새가 부담스러운 관객에게도 부담없이 영화에 접근하게 만드는 힘이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41104&mid=3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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