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원인 '적조' 가능성도…적조 아니면 보상도 안돼 어민 '초조'
"추석 출하의 꿈에 부풀었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날아가버렸습니다"
4일 완도 금일도 일정리 앞 해상 전복양식장에서 만난 조기완(34.금일읍 감목리)씨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그는 올해 맘먹고 20억이 넘는 돈을 투자해 10조(1조 80칸) 규모의 전복양식에 나섰다. 다른 사람에 비해 큰 규모다.
지난달 초순 풍어를 확인하고 이번 추석 대목을 시작으로 올해 한해 1칸당 200만원의 수입을 올릴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지난달 초순이 지나면서 전복이 떼로 죽어나가면서 꿈은 완전히 좌절됐다.
행여 집단폐사를 피한 곳이 있을까 애타는 심정으로 날마다 가두리 칸칸을 샅샅히 뒤지고 있다.
허나 모두 허연 배를 드러낸 채 악취만 풍기고 있을 뿐이다.
이제 그에게는 20억원대에 달하는 빚만 남았다.
그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보상이라도 안된다면 정말 삶이 암담하다"고 처연한 표정이었다.
인근의 또 다른 양식장에서도 어민이 탄식이 들려온다.
금일읍 상하전리에 사는 안영석(48)씨도 애지중지 키우던 전복이 모두 죽어 8억원대의 피해가 났다.
안씨는 "집단폐사 현장은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쑥대밭이 된 곳"이라며 "당시 10억원의 빚으로 치패를 키워 출하를 목전에 뒀었는데…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하느님도 무심하다"고 울먹였다.
470여 어가가 전복을 양식하는 금일도의 경우 375어가가 총 530억원의 피해가 났다고 신고했다.
이밖에 생일도 40가구 42억, 약산도 30가구 2억 등을 합쳐 모두 570여억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신고됐다.
공식 피해조사를 벌이고 있는 군은 현재 266어가를 실사, 2천300만마리가 죽어 182억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했다.
피해조사가 아직도 진행중이어서 공식 피해액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막대한 피해가 났지만 아직까지 폐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어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금을 하루속히 받고 싶지만 폐사 원인 규명이 안돼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 약관상 폐사 원인이 적조나 태풍일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폐사 원인이 다른 것으로 규명되면 특약에 가입한 경우에만 보험금을 받게 된다.
금일읍의 경우 전체 어가의 80%가 보험에 들었다.
하지만 특약에 가입한 경우는 극히 소수여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어민들은 연인 폭염에 따른 고수온 현상에 적조가 출현, 면역력이 약해진 전복이 집단폐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금일·생일·약산도 등 이번 폐사가 발생한 3곳 해역에 대해 적조출현주의보를 발령됐다.
이어 20일에는 적조주의보까지 발령하는 등 이들 해역에 적조 출현이 확인됐다.
완도군도 당시 다른 지역 전복양식장도 마찬가지로 고수온 현상을 보였는데 유독 3곳에서만 폐사가 발생한 점으로 미뤄 폐사 원인이 적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어민들은 보험금이라도 나오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영석씨는 "보험금도 피해액의 80% 정도는 돼야만 재기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며 "그 밑으로 보험금을 받는다면 사실상 전복어업을 접어야 할 것 같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군 관계자는 "남해수산연구소의 폐사 원인 규명 작업이 최대 두달이 걸린다다고 하는데 좀더 조기에 결과가 나오기를 고대한다"며"군 차원에서도 피해 어민들을 돕기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