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할 곳이 이곳 밖에"…전통시장 몰려든 청년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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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할 곳이 이곳 밖에"…전통시장 몰려든 청년 상인들
  • 연합뉴스
  • 승인 2016.09.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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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요리학교 출신·日 유학생·공시족 "한국서 창업하기 이렇게 힘들줄이야…"
남광주 야시장 공모결과 청년상인 75% 차지…광주 전통시장 청년상인 입주 봇물
▲ 남광주야시장 상인모집에 '청년상인' 몰려 지난달 21일 광주 동구의 한 요리학원에서 열린 남광주밤기차야시장 상인모집에 청년상인들이 몰려 음식만들기 실기 평가를 받고 있다. 상인모집 결과 청년상인이 전체 40개 팀중 75%를 차지했다.

최근 전통시장에 청년상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광주에서만 광산구 '1913 송정역시장'에는 청년상인들이 53개 점포 중 17곳에 입주해 쇠락하는 전통시장을 전국적인 명소로 되살리고 있고, 동구 대인시장에도 10여명의 청년상인이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남구 무등시장에는 지난 4월 '청년상인 부대' 10명이 창업했고, 5월에는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내 청년몰 조성 공모에 '남광주 해뜨는시장'과 '양동 수산시장'이 선정돼 청년 각각 20명씩 청년상인이 입점할 예정이다.

심각한 청년 취업난과 여러 전통시장 청년 창업 성공담도 한몫한 결과다.

이 같은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 열풍을 반영돼 오는 10월에 개장하는 남광주 밤기차 야시장에 참여할 이동매대·푸드트럭 운영자 선정 결과 40팀 중 75%가량인 30팀이 청년상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3명을 만나 전통시장에서 인생의 첫 사업을 시작하는 계기를 물었다.

◇ 프랑스에서 제빵·요리·와인 유학한 20대 여성

"한국이 그립고, 프랑스 유학으로 습득한 실력으로 꿈을 펼치고 싶었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민주리(27·여)씨는 5년여의 프랑스 유학으로 제빵, 요리, 와인 관련 실력을 기르고 돌아온 나름 '고스펙'으로 야시장 매대 상인으로 지원한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직접 빵과 과자를 만들며 식품업에 관심을 가져온 민씨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제과·제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대학에 입학해 한국으로 돌아와 관련 업계에 취업하거나 직접 창업을 하려 했다.

2009년 프랑스 국립제과제빵 대학교인 'INBP'에서 2012년까지 공부했고, '꼬르동블루 와인과정'과 '페랑디 요리과정'을 이수했다.

이 실력으로 프랑스 현지 제과점에서 실무경험도 길렀다.

한국으로 돌아온 2013년에도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고, 맥주 전문점 총괄책임자·대기업 커피 매장 본사 관리직으로 일하며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갔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아르바이트만 20여곳에서 했고, 회사에 입사하기도 했고, 개인 점포에서도 일해봤다.

▲ 전통시장으로 몰려드는 청년상인들 지난달 21일 광주 동구의 한 요리학원에서 열린 남광주밤기차야시장 상인모집에 청년상인들이 몰려 음식만들기 실기 평가를 받고 있다. 상인모집 결과 청년상인이 전체 40개 팀중 75%를 차지했다.

꿈과 목표는 분명했는데 한국의 현실은 크나큰 장벽이었다.

식품업의 특성상 대기업에 입사해도 박봉과 격무에 힘들었고, 창업에 나서려고 해도 대기업의 등쌀과 막대한 창업 초기 비용을 마련할 길이 없어 막막했다.

할 수 있는 게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분명했지만 삶이 힘들고 지쳤다.

그러던 중 남광주밤기차 야시장의 개장 소식을 상인 모집 3일 전에야 극적으로 접하고 상인으로 지원하게 됐다.

민씨는 프랑스 유학으로 기른 실력으로 파니니를 만들어 남광주밤기차 야시장에서 인생 첫 사업을 펼친다.

◇ 공시 대신 아이스크림 통 짊어진 행정학과 출신 '삼인방'

"행정학과 나왔다고 모두 공무원시험 봐야 하는 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공무원 시험 말고 청년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도전하게 됐습니다."

전남 순천대학교 행정학과 박병두(27)씨와 학과 친구 2명은 "왜 우리가 공무원 준비만 해야 하는 건가?"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물음과 "그동안 도전 없이 쉽고 편안한 삶만 추구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으로 야시장 청년상인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심각한 취업난에 '요즘 청년들이 도전정신·헝그리정신이 없다'는 어른들의 질책도 들리지만 "현실은 다르다, 여건이 안된다"는 말조차 꺼내기 싫어 방도를 찾아 나섰다.

각종 공모전에 도전하는 친구, 일찌감치 창업에 나서 장사를 시작한 지인을 만나며 꿈을 키웠다.

박씨 등 행정학과 삼인방은 먼 미래까지 내다볼 수는 없지만,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가진 게 많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지역에는 희귀한 철판아이스크림을 첫 메뉴로 남광주야시장에서 선보일 계획으로 순천 지역 각종 행사장을 돌며 길거리 음식판매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 비교적 수월한 일본 취업 포기하고 귀국한 30대 일본 유학생

"한국에서 취업이나 창업이 너무 어려워 다시 일본으로 되돌아갈 생각도 해봤습니다. 돈 버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귀감이 되는 청년상인이 되고 싶었어요."

▲ 남광주 밤기차야시장 개요도

일본 유학생 출신 주민(30)씨는 군 전역 후 일보 도쿄의 일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일본 무역업에 관심이 있었던 주씨는 졸업하고 서른이 다된 나이에 다시 한국으로 귀국했다.

고령화가 한국보다 심각해 젊은 취업가능인력층이 얇아 한국보다 취업난이 덜한 일본에서 충분히 취업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다간 한국에 다시는 못 돌아오겠다는 생각에 되돌아왔다.

그러나 한국의 취업난은 상상 이상이었다.

몇몇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내봤지만 낙방했고, 30대 늦깎이 나이가 발목을 번번이 잡았다.

취업이 한국보다 쉬운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등 좌절의 시간 속에서 지인이 광주 송정역시장에서 청년상인으로 자리 잡은 소식을 접했다.

번듯하게 가게를 차리려면 최소 5천만원∼1억원이 드는 초기 비용 탓에 고민하던 터에 남광주 야시장 개장 소식을 접했다.

주씨는 일본에서 '야끼니쿠' 업소에서 일한 경험과 미국식 바비큐의 노하우를 습득한 친구와 함께 야시장에서 통삼겹훈연구이를 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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