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별 하늘로' 조비오 신부 장례미사 거행
상태바
'민주화의 별 하늘로' 조비오 신부 장례미사 거행
  • 연합뉴스
  • 승인 2016.09.23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둥이 뽑힌 것 같다"…시민 등 2천여명 배웅·옛 전남도청서 노제

역사의 고비마다 묵묵히 앞장섰던 광주 시민사회 대표적 원로 인사 조철현 비오 신부가 영면의 길로 떠났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고(故) 조비오 신부의 장례미사가 23일 광주 임동 주교좌 성당에서 거행됐다.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사제, 신자, 시민은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보고자 2천석 규모 성당을 가득 메웠다.

김희중 대주교가 집전한 미사는 목자로 수행하면서도 나눔과 실천의 생을 살다간 고인을 기리며 엄숙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성당 한켠에는 조화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을 보내달라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각계각층에서 전달한 쌀 4천여㎏이 쌓였다.

2시간가량 이어진 미사 동안 슬픔을 견뎌낸 유족, 신도 등은 조영대 신부의 흐느끼는 음성이 울려 퍼지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고인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가족을 대표한 인사말에서 "마치 기둥이 뽑힌 것 같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민주시민 모두가 똑같을 심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합창단이 부르는 성가를 끝으로 고인은 사제단의 운구로 임동성당을 떠났다.

장지인 전남 담양군 천주교 공원묘원으로 향하던 조 신부의 영정과 관은 노제가 열린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잠시 멈춰 섰다.

소복을 차려입은 5월 단체 회원이 운구 행렬을 맞이했다.

회원들은 5·18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으로 헌신했던 조 신부를 붙들고 싶은 마음에 영정을 어루만지고 장례 차량에 얼굴을 묻었다.

또 한목소리로 부른 '님을 위한 행진곡'을 고인에게 바쳤다.

옛 도청 앞 광장을 한 바퀴 돈 장례행렬은 5월 단체 회원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목적지로 떠났다.

조 신부는 1969년 사제 서품을 받고 전남 나주·진도, 광주 계림동 등 성당의 주임신부, 광주전남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의장, 5.18 기념재단 초대 이사장, 조선대학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시민수습위원으로 참여해 부조리에 맞서다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옥고를 치렀다.

고인은 1989년 열린 5·18 진상규명 국회 청문회에서 "신부인 나조차도 손에 총이 있으면 쏘고 싶었다"며 신군부의 잔학한 학살행위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2006년 38년간의 사목 생활을 퇴직하고 나서도 사회복지법인 소화자매원 이사장, 광주·전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를 맡으며 통일과 민족화합, 사회복지운동에 주력했다.

2008년에는 국내에서 28번째로 고위 성직자 품위이자 교황의 명예 사제인 '몬시뇰'에 임명됐다.

유가족은 1938년 4월 1일생으로 알려진 고인이 2년 늦게 호적에 이름을 올렸다고 알렸다.

조 신부는 지난 21일 오전 3시 20분 췌장암으로 선종(善終)했다. 향년 80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