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주머니 채우려고 담뱃값 올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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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 주머니 채우려고 담뱃값 올렸나
  • 연합뉴스
  • 승인 2016.09.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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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담배회사들이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부당하게 재고량을 늘려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필립모리스 코리아와 BAT 코리아는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발표와 이에 따른 매점매석 고시 시행을 앞두고 일부러 재고를 늘렸다가 인상 후에 파는 수법으로 약 2천억 원의 세금을 탈루했다. 국고로 들어가야 할 돈이 담배회사 주머니로 간 것이다. 담뱃세는 보관 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담배를 반출한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이런 법규를 악용해 세금 인상 전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자 담배를 미리 반출한 후 다시 제조장으로 들여와 세금 인상 후 팔아 차익을 남기는 수법을 썼다. 담뱃세는 2015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1갑당 1천591원이 올랐다.

감사결과 필립모리스 코리아는 2013년 말 재고량이 445만여 갑 수준이었으나 담뱃세 인상 전인 2014년 말에는 1년 전의 24배에 달하는 1억623만여 갑까지 재고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BAT 코리아는 2013년 말 재고가 하나도 없었지만 2014년 말에는 재고가 2천463만여 갑에 달했다. 이들 회사는 이후 제조장에서 담배를 유통망으로 반출한 것처럼 관련 서류와 전산망 조작 등의 방법을 동원해 1천691억 원과 392억 원의 세금을 각각 탈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담배회사들이 담뱃세 인상과정에서 재고차익을 누릴 수 있는 구조인데도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는 손을 놓고 있었다. 감사원은 담뱃값 인상으로 두 외국계 담배회사와 KT&G, 담배 도·소매상이 얻은 재고차익은 7천938억 원이라고 밝혔다.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세를 올렸지만 재고차익에 따른 실질적인 과실은 담배회사와 유통회사에 돌아간 셈이다. 관련 부처는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등을 개정하면서 담뱃세 인상에 따른 차익을 국고로 귀속시킬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들지 않았고, 담배제조사 등이 그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정부는 담뱃세 인상에 따른 세수 확대에만 신경 쓰다 어처구니없는 재고 담배장사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지난해 담배판매로 거둬들인 세금은 10조5천340억 원으로 담뱃값 인상 전 2014년과 비교해 3조5천600억 원(51.3%)이 늘었다. 올해도 현 추세라면 담배 세수가 13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감사원은 관련 부처에서 두 외국계 담배회사가 탈루한 세금과 가산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정당하지 못하게 벌어들인 수익은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환원시키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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