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없는 부산국제영화제…'다이빙 벨' 후유증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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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없는 부산국제영화제…'다이빙 벨' 후유증 지속
  • 연합뉴스
  • 승인 2016.10.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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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영화인 불참…연례 개별행사도 잇단 취소
▲ 부산영화제 공식 포스터

오는 6일 개막하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올해 최고 흥행작인 '부산행'을 볼 수 없다.

한국영화 개봉작들을 상영하는 '한국영화 오늘 -파노라마' 부문 목록에 '부산행'이 빠졌기 때문이다.

관객 712만 명을 동원한 김성훈 감독의 '터널'도 이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부산행'과 '터널' 측에 출품 의사를 타진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행'을 만든 영화사 '레드피터' 관계자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 회복이 이뤄지지 않아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레드피터'의 이동하 대표와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각각 부산영화제 보이콧을 결정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과 한국영화감독조합 소속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69개국 299편으로, 겉보기에 상차림은 예년과 다름없이 풍성하다.

그러나 속을 좀 더 들여다보면 영화 '다이빙 벨'로 촉발된 갈등의 후유증과 상흔이 곳곳에 남아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영화제 참가 여부를 놓고 영화인들이 여전히 저마다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영화제에서 퇴출 조치를 당하자 영화인들이 구성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소속 9개 단체 가운데 4개 단체(감독조합, 프로듀서조합, 촬영감독조합, 영화산업노조)는 보이콧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조합원이 개인적으로 영화제에 참여하는 것까지는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누가 참여하는지는 각 조합이 일일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대표인 봉준호 감독과 부대표인 류승완·최동훈·변영주·정윤철 감독은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화 '춘몽'에서 주연을 맡은 양익준 감독은 이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참석하기로 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영화인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영화제작가협회 등은 보이콧을 철회했지만, 이창동 감독의 친동생이자 영화 제작자인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비대위 차원의 단체 행동도 예고돼 있다.

비대위는 '서포트 비프(BIFF), 서포트 미스터 리'라고 적힌 스티커를 제작해 영화제에 참석하는 영화인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미스터 리'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의미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일부 단체가 보이콧을 철회하기로 했지만, 부산영화제의 모든 것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여전히 영화제의 독립성을 보장할 추가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 회복 문제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올해 공식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한국영화 오늘-비전'이라는 부문에서 감독조합 소속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독립영화 감독 가운데 수상자를 뽑아 상을 수여했으나 올해는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보이콧을 선언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도 올해는 'PGK의 밤'을 열지 않을 방침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부산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만 상영하는 행사가 아니라 영화인들이 만나 친목을 쌓는 교류의 장이었다"면서 "올해는 관련 행사들이 줄면서 분위기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영화인 단체들과 별개로 주요 배급사들이 주최하는 공식 행사도 올해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해마다 진행해온 'CJ의 밤'을 열지 않기로 했다.

쇼박스,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배급사들도 별도 행사 계획을 잡지 않았다.

쇼박스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이미 별도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면서 "영화제 사태가 해결되지 않아 배급사들은 어느 쪽 편을 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 개막작 '춘몽' 포스터

올해도 많은 스타들이 부산을 찾을 예정이지만 예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화제 기간에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총 14팀이 야외무대 행사를 열어 관객들과 소통에 나선다.

신작 '아수라'의 배우인 정우성·황정민·주지훈·곽도원·정만식과 김성수 감독은 8일 야외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윤여정·윤계상 주연의 '죽여주는 여자', 천우희·곽도원·황정민·구니무라 준이 출연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 류승범·김기덕 감독의 '그물' 팀도 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에는 배우 손예진, 윤여정, 이병헌이 출연해 입담을 뽐낼 예정이다.

한편 올해 영화제에서는 '다이빙 벨'로 촉발된 BIFF 사태에 대한 토론과 학술 포럼이 열린다.

오는 9일 '갑론을박'에서는 김상화, 오동진, 토니 레인즈, 장 미셸 프로동 등 국내외 영화인들이 참여해 토론을 벌인다. 12일에는 BIFF 사태를 통해 한국 문화사회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는 학술 세미나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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