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총리 권한' 접점 찾아 국정 정상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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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총리 권한' 접점 찾아 국정 정상화하라
  • 연합뉴스
  • 승인 2016.11.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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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선거 공약을 고려할 때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무역 환경에 일대 충격이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의 운명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온 나라가 지혜를 모아 외부 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안팎 악재 속에 경제·안보가 위기 국면이었다. 이런 중차대한 때에 국가 원수인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의혹으로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통령의 첫 대국민사과 이후 국정은 보름째 사실상 마비 상태다. 행정의 중심축인 총리와 경제부총리는 개각 대상이어서 정상적 직무수행이 어렵다. 정부가 급변하는 안팎 정세에 대응할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권과 야권은 '국회 추천 국무총리의 권한' 문제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국회에서 '국회 추천 총리의 내각 통할'을 약속했으나 총리의 권한 문제를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아 혼선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야권은 지금도 헌법에 총리가 내각을 통할하게 돼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각료 인사권을 포함한 국정 전반을 총리에게 일임하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조각 전권을 부여하지 않는 한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은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야권을 설득하기 위해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은 9일 오전 정 의장을 찾아 '총리에게 실질적으로 각료 임명제청권이 보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배성례 청와대 홍보수석은 '거국중립내각은 헌법에 없는 언어이지만 그 권한을 총리에게 부여할 수 있고, 내각 통할권, 각료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모두 총리가 강력하게 행사하는 것을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권이 요구하는 포괄적 권한 이양과 2선 후퇴, 새누리당 탈당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은 대통령의 제안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12일 열리는 광화문 집회에 적극 참가하기로 했다.

총리의 권한 논란으로 국정 정상화의 돌파구를 열지 못하면 총체적 국가 위기 국면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 좌절과 분노는 더 커질 것이다. 박 대통령이 본인과 국가를 위해 마음을 비웠다면 야당이 요구하는 총리의 각료 인사권과 국정의 분담, 새누리당 탈당 문제에 대해 조속한 영수회담 등을 통해 직접 투명하게 언급할 필요가 있다. 정부·여당이 국정 주도권을 잃은 상황에서 사태 수습에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면 대통령이 보다 신뢰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조각권과 국정 운영 등 헌법상의 대통령 권한을 총리에게 위임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정치적 합의를 통해 그 범위에 관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야당은 지금의 시국을 꽃놀이패로 여길 것이다. 급할 게 없는 야권으로서는 주말 촛불이 지난주보다 거세게 타오를 경우 박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을지 모른다. 현재의 난국을 부른 책임은 물론 박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 그러나 국정의 중단이 장기화하거나 예기치 않은 불상사라도 터지게 된다면 국회를 장악한 야권도 역풍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의 설명처럼 국회 추천 총리가 사실상 거국중립내각을 꾸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면 이를 다른 조건을 달아 무작정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대통령의 진의가 의심된다면 영수회담에 응해 확인하면 될 일이다. 정치 셈법을 떠나 냉정하게 나라가 처한 난국을 살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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