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트럼프 충격 아전인수 말고 정치권 머리 맞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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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트럼프 충격 아전인수 말고 정치권 머리 맞대라
  • 연합뉴스
  • 승인 2016.11.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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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인간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원리로 설명한다. 개인은 물론 한 사회의 성장과 발전도 계속되는 도전에 응전함으로써 이뤄진다는 것이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우리에게 설사 위기는 아닐지라도 중대한 도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와중에서 내우외환의 도전에 응전하고 대처를 주도할 책임 있는 정치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는 게 걱정스러운 현실이다.

트럼프 당선 후 우리 정치권의 모습은 우려를 더한다. 여권은 '트럼프 리스크'를 부각하면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국회가 총리를 추천할 수 있도록 야권이 협조해 달라고 압박하는 반면 야권은 트럼프 쇼크와 최순실 사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완전한 2선 후퇴와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사실상 '트럼프 비상체제'에 돌입해 잇따라 간담회 등을 개최하는 모습을 두고 국민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만하다. 권한 이양이나 '2선 후퇴' 문제에 대한 진전된 언급 없이 국회 설득에만 주력하는 청와대도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내놓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여권이 트럼프 당선을 최순실 파문 국면 돌파의 호재로 여긴다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자고 나면 새로운 제안을 내놓는 듯한 야당의 태도도 오십보백보다. '국회 총리 추천' 제안을 일축하며 영수회담도 거부하고 거리로 나서겠다는 야권의 모습은 문제 해결 의지를 의심케한다.

우리 정치권이 트럼프 당선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큰일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과거 도식적 대결이 아니었다. 민생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기성 정치체제에 대한 분노가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이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등 세계 곳곳에서 침묵해 왔던 다수의 커밍아웃이 벌어져 왔다. 기성 주류정치는 이런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현상이 터져나올 때마다 당황했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다. 누구든 민심에서 벗어난다면 어느 순간 폭발 대상이 될 뿐이다.

최순실 파문으로 국정의 공백이 장기화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의 권위와 리더십이 붕괴한 비상 상황에서 사실상의 거국중립내각이 조속히 출범해 정국을 안정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당리당략적 이해관계를 버리고 초당적 입장에서 청와대와 여, 야가 머리를 맞대고 난국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 이제 여야 영수회담을 열어 국회 추천 총리의 권한과 2선 후퇴 문제 등 '모든 것'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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