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점 산부인과가 던진 작은 변화…"편견도 사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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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거점 산부인과가 던진 작은 변화…"편견도 사라지길"
  • 연합뉴스
  • 승인 2017.01.2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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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산모 '흡족'…"다 마음에 들어"
복지단체 "장애인 모성권 이해 넓히고 '보이콧', '오버' 말아야"
▲ 장애인 거점 산부인과 업무협약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비단 아프리카에서만 통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더욱이 임산부가 몸이나 마음이 편치 않은 장애인이라면 출산·양육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은 더 절실하다.

지난해 9월 '엄마'가 된 김모(26·지적장애 3급)씨가 그랬다.

목포에 사는 김씨가 임신 후 찾아간 곳은 조카가 세상에 나올 때 몇 차례 가본 적 있었던 목포 미즈아이 병원이었다.

이 병원이 임신 기간 중 장애인 거점 산부인과로 지정된 것은 김씨에게 행운이었다.

장애인 거점 산부인과는 전동식 검진대, 휠체어용 체중계,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의료진을 상대로 장애 이해교육도 하는 곳이다.

김씨는 이용 만족도를 묻자 "다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아들은 출산 당시 2.35㎏으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씨는 "처음 본 순간 아들이 매우 늠름했다. 기뻤다"고 뿌듯해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처음으로 2곳을 지정한 장애인 거점 산부인과를 올해 4곳으로 늘렸다. 기존 거점병원 2곳은 도내 장애인 임산부 80여명 가운데 31명이 이용했다.

김씨 사례를 관리해 온 전남 여성장애인연대는 장애인 출산정책에 일어난 작은 변화를 반기면서도 장애 여성이 출산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사회적 장애'를 지적했다.

장애인 상당수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 피임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유전성 질환이 아닌 경우에도 건강한 아이를 낳지 못할 것이라는 과도한 우려 탓에 가족들조차 임신을 기피하기도 한다.

▲ 장애 인식 개선 플래시몹. 사진=연합뉴스

축복받아야 할 임신 기간에는 편견과 싸워야 한다.

장애 여성 출산 경험이 많지 않은 일부 의료진은 대학병원으로 떠넘기듯 전원을 유도하는 등 보이지 않는 진료거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에서 광주 전남대병원까지 오가는 장애인 임신부도 많다고 전남 여성장애인연대는 전했다.

전남 여성장애인연대 조상미 활동가는 "지나치게 시혜적인 입장에서 자기보다 어린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다루듯 '오버'해서 장애인 임신부를 대하는 것도 달갑지 않은 일"이라며 "장애인 모성권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부족해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 여성 장애인은 2015년 말 기준 6만6천154명이다. 이 가운데 가임기 여성은 8천323명이며 매년 90명 안팎이 출산하는 것으로 전남도는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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