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92일만에 나오는 탄핵심판 결정, 차분히 수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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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92일만에 나오는 탄핵심판 결정, 차분히 수용하자
  • 연합뉴스
  • 승인 2017.03.0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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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가 10일 오전 11시에 나온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고 곧바로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92일 만이다. 헌법재판소가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 사흘 전에 '8인 재판관 체제'로 심판을 종결짓기로 한 것이다. 헌재는 그동안 인용ㆍ기각ㆍ각하 등 세 가지 선택을 모두 올려놓고 검토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선고 당일 재판관 평결에서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탄핵심판은 단심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선고 직후 즉각 효력이 발생하고 대통령의 거취도 바로 정해진다. 헌재의 판단이 내려지면 2005년 개정된 헌재법에 따라 소수의견도 결정문에 표시하게 돼 있어, 재판관들의 견해 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론은 탄핵 인용(파면), 기각, 각하의 세 가지 중 하나이다. 이중 각하는 탄핵심판의 본안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탄핵소추안 자체가 형식적ㆍ절차적 흠결을 갖고 있어 실체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다. 당연히 대통령은 탄핵당하지 않는다. 각하를 주장하는 쪽은 탄핵소추 사유를 국회가 일괄표결한 것이 위법이며,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퇴임으로 재판관 9인 체제가 무너졌으므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각하 의견을 가진 헌법전문가들은 소수이고, 본안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 의견인 듯하다. 일괄 표결의 위법성 여부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정리된 내용이고, 헌법재판소법에는 '8인 체제' 선고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는 게 본안 판단이 필요하다는 측의 견해다.

헌재가 본안 판단을 한다는 전제를 놓고 보면 남는 선택은 파면과 기각으로 좁혀진다. 헌법재판관 숫자가 9인 정족수에서 1명 빠지는 8명이므로 2명 이하가 반대한다면 대통령은 파면되고, 선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반대로 3명 이상 기각 의견을 내면 탄핵소추안은 폐기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업무에 복귀한다. 탄핵 인용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만큼 사유가 확인돼야 탄핵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대로 기각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소추 사유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대통령이 파면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탄핵 찬ㆍ반 세력이 강하게 반발할 공산이 커 보인다는 점이다. 탄핵 반대 측은 8일 오전부터 헌재 인근에서 3박 4일 집회에 들어갔다.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측도 이날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을 했다. 집회를 통해 찬ㆍ반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 자체를 막을 길은 없으나 단순한 의사 표현을 넘어 헌재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면 이는 용인될 수 없다. 찬반 세력들이 헌재의 결정에 폭력적으로 반응하는 일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된다. 헌법과 법률 절차에 따라 내려진 결론을 차분하게 수용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것은 재차 말할 필요가 없다. 정치권도 사회 안정에 힘을 보태야 한다. 탄핵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태도가 요구된다. 그것만이 지난 3개월간 온 나라를 뒤흔든 탄핵심판 정국의 혼돈에서 질서 있게 빠져나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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