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박 전 대통령 사법처리, '법과 원칙'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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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박 전 대통령 사법처리, '법과 원칙'만 보자
  • 연합뉴스
  • 승인 2017.03.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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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해 포토라인에 섰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된지 열하루 만이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국가적으로나, 박 전 대통령 개인적으로나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청사에 도착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내용을 보나 형식을 보나 대 국민 메시지로 보기는 어려웠다. 구 야권에선 진솔한 반성과 사과가 없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고민 끝에 솔직한 심경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 검찰에 출두하는 피의자가 대 국민 사과 발언을 하면 법률적 방어권에 흠집이 생길 수도 있다.

검찰은 적절한 수준의 전직 대통령 예우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승용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이 안내했고, 10층 조사실에서는 검사장급인 노승권 1차장이 박 전 대통령을 맞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영상녹화에 동의하지 않자 그대로 수용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형사소송법상 조사과정 녹화는 피의자 동의가 없어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10층 조사실로 올라갈 때는 귀빈용이 아닌 일반인용 승강기를 이용하도록 했다. 예우는 하되 피의자로서 조사도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은 약속한 대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질문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의견 개진 정도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지금까진) 답변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조사실에서 나란히 앉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신문에 답했다. 하지만 특별히 진술을 거부하거나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연루자인 최순실·안종범·정호성 세 명을 부르려 했지만 이들의 출석거부로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과의 대질신문 가능성에 대비하려 했던 것 같다.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 조사에 임하는 검찰의 각오를 짐작할 만하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1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통틀어 모두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핵심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공모해 최 씨의 사익추구를 도왔는지, 그리고 그렇게 불법취득한 경제적 이익을 공유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 부분을 강요죄로 본 반면 특검은 뇌물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기소 단계에서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동일한 사실을 서로 다른 혐의로 기소하면 '이중기소'가 되거나 공소사실 입증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검찰이 절충하는 쪽을 선택한다면, 형량이 더 무거운 '뇌물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강요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 확인이 먼저"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박 전 대통령 측이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할 때 검찰한테 반증할 준비가 돼 있느냐가 관건이다.

어쨌든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다. 검찰 내부에서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는 말도 들린다. 공범 관계로 지목된 최순실 씨 등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 형평상 불구속기소는 어렵다는 것이다. 뇌물 혐의 입증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다. 검찰 입장에서 전직 대통령을 구속수사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 있다. 결론은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르는 것이다. 검찰의 상투적인 구호 같지만 그 안에 정답이 있다. 조사 결과를 놓고 냉정히 법리를 검토해 결론이 나는 대로 하면 그뿐이다. 혹시라도 좌고우면하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검찰 스스로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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