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세월호 선체인양, 그만 갈등의 종지부를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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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세월호 선체인양, 그만 갈등의 종지부를 찍자
  • 연합뉴스
  • 승인 2017.03.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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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지 1천73일 만에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인양됐다. 정부가 기술적 검토를 거쳐 선체인양 결정을 발표한 게 2015년 4월이다. 이때부터 따져도 만 2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정부는 그해 8월 중국 상하이샐비지를 인양업체로 선정하고 수중조사를 시작했다. 작년 3월부터는 인양에 꼭 필요한 선체 무게 줄이기, 선수(뱃머리) 들기 등 작업을 진행했다. 온갖 최첨단 기술이 동원됐다. 하지만 사고 해역의 유속이 워낙 빠르고 작업과 공정의 난도도 매우 높아, 시간이 계속 지체됐다. 결국, 작년 10월과 11월엔 작업 및 인양 방식을 연이어 변경해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정부는 이달 7일 인양 계획을 발표했다. 김형석 해수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3월 말까지 준비를 끝내고 4월부터 6월 사이 (적절한 시점에) 인양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정을 앞당겨 22일 '시험 인양'에 성공했고 바로 다음 날 '본 인양'까지 마무리했다.

기상악화 등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으면 세월호 선체는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87Km 떨어진 목포항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이르면 내달 4일께 모든 작업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선체가 무사히 목포항에 거치 되면 곧바로 합동수습본부를 가동할 예정이다. 세월호 사고의 295번째 시신이 수습된 것은 6개월여 후인 10월 하순이었다. 그 다음 달 11일 수색 종료가 선언될 때 9명이 '미수습자'로 남았다. 유족들을 생각해 '실종' 대신 '미수습' 상태로 분류한 남성 6명, 여성 3명이다. 누구보다 큰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이들 '미수습자' 유족일 것이다. 선체 수색과 조사 과정에서 미수습자의 유품 같은 것이 발견될 수도 있다. 유족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사고 원인과 관련한 선체 개조, 과적, 조타 미숙 등의 의혹이 더 선명히 규명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인터넷 등에서 나돌던 갖가지 소문들의 진위가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한 네티즌의 의혹 제기로 '반사실'처럼 퍼진 '잠수함 충돌설'이 대표적이다. 선체의 외형만 정밀히 조사해도 이 의혹은 어렵지 않게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사고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제주 해군기지 공사에 쓰일 철근 410t이 실려 있었다는 의혹도 비슷하다. 물론 선체가 3년 가까이 바다 밑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침몰 과정의 충격과 빠른 조류 등의 영향으로 선체 외부와 적재물이 상당 부분 훼손 또는 유실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의혹이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다고 또 다른 의혹을 재생산하는 일은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 그러자고 엄청난 예산과 노력을 쏟아부어 선체를 인양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실 선체를 꼭 인양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선체를 인양한 마당에 그런 입씨름은 다 소용없다. 희생자 유족과 국민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됐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젠 소모적인 의혹과 논란의 확산에 마침표를 찍고 국민의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필요한 일을 모두 끝낸 다음 세월호 선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듯하다.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온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초대형 참사였다.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 고교생들이었기에 마치 내 일처럼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과 안전문화를 한 단계 격상하는 의미에서, 세월호 선체를 기념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 침몰 상태로 남겨진 전함 '애리조나호'와 비슷한 개념인 것 같다. 국민 여론을 모아 결정할 일이지만 검토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비록 아픈 기억과 상처로 가득한 폐선이지만 '국민 안전'의 상징물이 된다면 모두에게 뜻깊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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