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북폭위기설, 안보 경각심 갖되 냉정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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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북폭위기설, 안보 경각심 갖되 냉정 유지해야
  • 연합뉴스
  • 승인 2017.04.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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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항모 전력이 대거 한반도를 향해 이동하자 미국 북폭설 등 흉흉한 소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달이 뜨지 않는 27일께 북한을 선제타격한다', '중국이 김정은한테 망명을 강권하고 있다', '한국 내 일본인들을 대피시키려고 일본 대사가 귀임했다', '외국계 기업들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은 것들이다. 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사설 정보지를 통해 퍼지는 이런 소문들의 공통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날짜까지 지목한 것이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나 한마디로 '가짜뉴스'나 다름없다. 한국전쟁 이후 50년 넘게 정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안보 불감증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하지만 미국 핵항모 전력의 이례적인 재배치를 놓고 당장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 이 또한 꼴사납다. 지금 한반도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침착하게 냉정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작금의 한반도 안보 상황은 미국, 일본 등이 더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북핵 문제를 톱뉴스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제법 됐다. 지난주에는 NBC방송의 간판 앵커가 한국에 들어와 미군기지 시설을 배경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핵항모 칼빈슨호가 다시 한반도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끝내고 호주로 향하던 칼빈슨호가 되돌아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조차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는 분위기라고 한다. 자칫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의 안보동맹국인 한국이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 내 미국인들의 대피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것도 유력한 근거로 제시된다. 어쨌든 미국의 북폭 가능성을 놓고 남 일처럼 추측을 남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입장에서는 절대로 생기면 안 되는 일로 봐야 한다.

북한이 이런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으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미·중 정상이 만찬을 하는 동안 미군이 시리아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퍼부었는데도, 그 정도에 "놀랄 우리가 아니다"라며 미국을 비난하고 나선 북한이다. 언제는 안보 불감증을 걱정할 만큼 태연자약하다가 하루아침에 전쟁위기설로 떠들썩하면 북한에 허점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 대응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원래 믿고 의지할 만한 사실(FACT)이 확인되지 않을 때 뜬소문이 기승을 부리는 법이다. 그리고 '한반도 4월 위기설'이 나돈 지는 꽤 됐다. 그런데 정부는 칼빈슨호 전개 소식이 전해지고 각종 안보 위기설이 인터넷을 달구고 나서야 진화에 나섰다. 게다가 주무 부처인 국방부의 애매한 태도가 악성 소문을 되레 부채질했을 수 있다. 일례로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미국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군사작전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토대로 굳건한 연합방위 태세 아래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정말 이러다가 전쟁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선문답을 한 셈이다. 우리 군 당국은 군사기밀을 명분으로 삼아, 알듯 모를듯한 표현을 '전가의 보도'처럼 써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그렇게 무딘 칼이 들 리도 없다.

주요 당사국들의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우리가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 종료된 미·중 정상회담만 해도, 핵심 의제인 북핵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국민이 정부한테 들은 얘기는, "미중 관계 발전의 기초를 다진, 비교적 성공적인 회담으로 평가된다"는 외교부의 회담 후 논평이 전부다. 그런데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북핵 문제에 대해 단둘이 장시간 요담을 나눴다는 뉴스가 다음 날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나중에 부인하긴 했지만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중단해야 대화를 고려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북한과 대화 재개 조건이 '완전한 비핵화'에서 '미사일 발사 중단'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우리 정부가 미·중 간 협상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진 건 없다. 하지만 '코리아 패싱' 우려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북폭 위기설의 확산에 한몫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현실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태의 진상을 국민 앞에 설명하는 것이 맞다. 무슨 내용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계속 애매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면 그건 전혀 다른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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