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98일 기다림' 세월호 선내 수색 앞에 놓인 과제들
상태바
'1천98일 기다림' 세월호 선내 수색 앞에 놓인 과제들
  • 연합뉴스
  • 승인 2017.04.18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색 개시와 함께 유류품 속속 나와…미수습자는 언제쯤
조속한 수습, 작업자 안전, 진상규명 모두 소홀히 할 수 없어
▲ 세월호 선체 수색 (PG)

세월호 참사 1천98일 만인 18일 선내에서 미수습자를 찾는 작업이 본격화했다.

사상 유례없는 대형 선박 내부 수색은 조속한 미수습자 수습, 작업자 안전이라는 두 가지 명제에 따라 신중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진행돼야 할 작업이다.

왼쪽으로 드러누운 상태로 위쪽 우현에서 아래쪽 좌현까지 절벽을 형성한 세월호 내부는 철제 벽체가 미로처럼 얽혀있는 데다가 구조물 붕괴 위험까지 도사린다.

▲ 세월호 내부 수색 18일 오후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좌현 부분에서 관계자들이 내부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9개 진출입구 통해 진입…모종삽으로 펄 떠가며 미수습자 탐색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선체정리업체 코리아쌀베지 등은 A 데크(4층)에 6개(객실 3, 중앙로비 1, 선미2)와 B 데크(3층)에 3개(객실 1, 선미 2) 등 9개 진출입구를 확보했다.

이날 8명으로 구성된 수습팀이 4층 선수 좌현에서 수색을 개시했다.

총 투입인력은 9개조 70여명으로 코리아쌀베지, 해수부, 해경 관계자들이 협업한다.

4층 선수부터 번호가 붙여진 1, 2, 3, 6번과 3층 1번 진출입구는 1.2m×1.5m 사각형 모양의 진출입구를 뚫었으며 나머지는 기존 열린 공간(개구부)을 활용한다.

▲ 수색계획

구역별로 바닥에 쌓인 지장물을 수거해 가며 계획된 방향에 따라 수색한다. 철제 벽이 남아있는 곳에는 가설 사다리(비계)가 설치된다.

선내에 켜켜이 쌓인 지장물을 제거하면 작업자들은 펄을 모종삽으로 얇게 떠서 옮겨 담으며 뼛조각이나 유류품을 탐색한다.

수색 개시와 함께 가방, 옷가지 등 상당수 유류품이 나와 앞으로 작업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조속한 수습 못지않게 작업자의 안전도 강조했다.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아버지 조남성 씨는 "세월호를 배로 보지 말고 다 쓰러져가는 건물로 보고 작업해야 한다"며 "그만큼 작업자들의 안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미수습자 발견되면 작업 중단 후 즉각 신원확인

수색 중 미수습자가 발견되면 즉각 작업을 중단하고 현장 보존과 신원확인 절차에 들어간다.

발견 장소에 다른 뼛조각이나 유류품이 모여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더는 작업하지 않고 집중적으로 유해를 수습한다는 것이다.

유해가 확인되면 검찰 검시, 해경·국과수의 검안을 거쳐 안치실에 안치된다.

이후 국과수에서 미수습자 DNA를 채취해 가족과 DNA 대조, 감정하고 그 결과를 수사기관, 현장수습본부, 가족에게 통보한다.

신원확인에는 3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확인 결과가 나오면 가족과 사전 협의를 거쳐 최대한 예우를 갖춰 인도할 계획이라고 현장수습본부는 밝혔다.

유류품은 초벌 세척해 분류한 뒤 진흙을 제거하고 소유자가 확인된 물건 중 즉시 인도받기를 소유자 또는 가족이 원하는 경우 바로 넘겨진다.

그렇지 않으면 탈염 처리를 하고 다시 세척, 헹굼, 건조 과정 등을 거쳐 목록을 작성해 보관한다.

유류품은 목포시로 인계되며 6개월간 습득 공고 기간을 거쳐 소유자 또는 가족에게 전달된다.

▲ 세월호 미수습자 9인 (PG)

휴대전화, 태블릿PC,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블랙박스 등 증거 보존가치가 있는 디지털 정보기기는 수거 직후 선체조사위에 인계된다

◇ "3개월 내 마무리 목표"…선체 중앙 수색 난제

선내 수색 기간은 일단 3개월로 잡혔다.

해양수산부는 코리아쌀베지와 선체정리 용역계약 체결 당시 예비기간 1개월, 본 작업 3개월, 보고서 작성 2개월 등 총 6개월을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를 근거로 수색 마무리까지 목표 기간을 3개월로 잡았지만, 진행 상황에 따라 기간은 유동적이다.

▲ 수색계획 발표 18일 오전 목포신항만 취재지원센터에서 이철조 세월호현장수습본부장(오른쪽)이 선체 수색 및 미수습자 수습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기간에 미수습자 전원 수습이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3개월 동안 목표를 달성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수색 작업은 안전을 고려해 붕괴 위험이 있는 지장물을 제거해 가며 최대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두 달 안에 작업을 끝내는 최상의 결과를 모두 바라지만 그렇지 않으면 두 달 후 장마철이 다가온다.

육상에 거치된 세월호는 조류 등에 좌우됐던 인양 등 해상 작업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날씨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호우 시에는 선체에 물이 찰 수도 있으며 작업자의 미끄러짐, 전기작업의 어려움 등 변수가 예상된다.

특히 철제 벽이 미로처럼 가로막아 내부상황이 상대적으로 덜 파악된 선체 중앙 수색은 난제로 꼽힌다.

선체 중앙에는 6㎜ 안팎 철제 벽이 남아있는데, 이곳에 접근하려면 비계(가설 사다리)를 23m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

이밖에 진상규명을 가로막을 수 있는 선체훼손을 최소화하는 것도 수색팀이 안은 과제다.

▲ 처참한 세월호 내부[세월호 현장수습본부 제공=연합뉴스]

◇ 선체조사위 진상규명 활동, 수습 관심 분산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해수부가 주도권을 쥔 수색, 수습과 달리 진상조사에서는 키를 쥔 선체조사위원회도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발표된 미수습자 수색계획에는 선체조사위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수색의 핵심인 진출입구 확보 과정에서 선체조사위는 증거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부분 절단을 허용했다.

단 조타실, 기관실, 기계실, 화물칸 등은 형상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수습과 관련해선 해수부 활동을 점검하는 역할이지만 진상조사는 직권으로 한다는 사실도 부각했다.

화물칸 내부 차량에서 블랙박스 등이 나오면 직권으로 회수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최근 세월호 침몰을 가속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2층 천막 구조물에 대해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개인적 견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국제기준에 비춰 설계가 적법하다는 승인을 받았다"며 적극적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선체조사위는 다만 진상규명 과정이 강조되면 미수습자에 대한 관심이 옅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