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치보복' 주장, 국민이 얼마나 공감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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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치보복' 주장, 국민이 얼마나 공감하겠나
  • 연합뉴스
  • 승인 2018.0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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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MB)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등에 대한 검찰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데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검찰수사와 맞물려 있는 국내 문제에 직접 의견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는 전날 이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는데 하루 만에 초강경으로 돌아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간 많은 인내를 해왔지만 모든 것을 인내하는 게 국민통합은 아니다. 적어도 정의롭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인내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의 과거 권력형 비리 수사를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연관 지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 것이 청와대를 크게 자극한 듯하다.

이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처음부터 검찰수사는 나를 목표로 한 것이 분명하다"면서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등에 있었던 측근 인사 몇몇은 18일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 여권의 요직을 차지한 여러 인사가 반 공개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수를 갚겠다는 말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우리라고 아는 게 없겠느냐" 같은 폭로성, 위협성 발언을 했다. 노무현 정부의 잘못을 보여주는 파일을 공개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런데 MB 측의 이런 움직임을 위기감의 표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의 국정원 상납 의혹 수사로 MB의 핵심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구속되자 곧이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놓고 무조건 정치보복이라고 한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검찰수사에서 상당히 심각한 혐의점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MB 측근이었던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진술을 했다고 한다. 2008년 특수활동비를 김 전 기획관에게 전달한 후 MB를 독대해 "청와대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으면 향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직언했다는 것이다. 이 말대로라면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 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 전 대통령이 알았다는 뜻이다.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진술은 더 구체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에서 받은 특수활동비를 영부인 김윤옥 여사 측 행정관에게 전달했고, 방미 직전인 2011년 10월에는 국정원 자금 수천만 원을 달러로 바꿔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한때 MB 측근이었던 정두원 전 의원은 김 전 비서관을 '성골 집사'라고 하면서 그의 구속으로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언론에 말했다. 핵심 측근들의 이런 진술과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무조건 정치보복이라고 하니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검찰이 공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 측의 대응으로 정치권에서도 충돌음이 커질 것 같다. 하지만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고 했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여기에 정답이 있다. 수사의 기본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의혹의 당사자를 불러 진위를 밝히고 실정법을 위반한 부분은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라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이 전 대통령도 검찰이 부르면 성실히 조사에 응해야 한다. '성골 집사'라는 말까지 들었던 핵심 측근의 진술이 뇌물 수수를 지목하고 있다.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부른다면 그럴 만하기 때문일 것이다. 혹여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검찰에 나가 해명하는 것이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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