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터 늘어난 국회, 더 높은 정치력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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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터 늘어난 국회, 더 높은 정치력 요구된다
  • 연합뉴스
  • 승인 2018.02.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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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사실상 분당하면서 미래당(가칭)과 민주평화당(민평당)이 각각 출범하게 됐다. 국민의당 출신 호남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민평당은 6일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민평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해 국민의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중심이 된 정당으로 현역의원 1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창당선언문을 통해 "민생·평화·민주·개혁·평등의 길,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 민주평화당을 창당한다"라고 선언했다. 조배숙 대표는 대회사에서 "보수 적폐 세력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것을 막을 정당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같은 해 2월 2일 창당한 국민의당은 2년 만에 쪼개졌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오는 13일 통합 전당대회를 열어 미래당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6일 대전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여, 미래당을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하고 양당에서 한 명씩 대표직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래당의 의석은 탈당 의사를 밝힌 이용호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당 의석 23석에 바른정당 9석을 합친 32석에 이를 전망이다.

국민의당의 분당으로 국회 구도는 더불어민주당(121석), 자유한국당(117석), 미래당(32석)의 '신 3당 체제'로 재편되게 됐다. 물론 원내 정당으로 15석의 민평당을 비롯해 6석의 정의당, 각각 1석인 민중당과 대한애국당이 있지만 이들 정당은 교섭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는 일단 민주당, 한국당, 미래당 중심으로 운영된다. 교섭단체 지위를 가진 정당은 국민의당 분당 전이나 분당 후나 3개로 동일하다. 하지만 국민의당 분당으로 국회내 정치지형에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선 기존에 국민의당이 단독으로 행사했던 캐스팅보터 역할을 미래당과 민평당이 각각 행사하게 됨으로써 국회 의사결정 과정도 한결 복잡해질 것 같다. 여당인 민주당이나 제1야당인 한국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이나 인사안을 뜻대로 처리하려면 미래당이나 민평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야만 한다. 민평당은 현 국민의당 소속인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이 미래당에 적을 둔 채 자기들한테 동조하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18석으로 교섭단체에 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평당은 국회가 '신 4당체제'로 재편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국회의 의석 구도가 '범여'(汎與)와 '범야'(汎野)로 정확하게 양분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분석은 민평당에 참여한 호남의원들이 그동안 대북정책, 경제정책 등 정치노선에서 친(親) 민주당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민평당을 정의당, 민중당 의원과 함께 범여로 분류한 데 따른 것이다.

어쨌든 국민의당의 분당에 따른 신3당체제, 또는 신4당체제 형성으로 국회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법안처리나 인사표결 과정에서 사안별로 공조나 연대가 이뤄지고 그 결과가 국회 표결 결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의석 구도는 당장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어느 한 당이 마음대로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없고, 미래당과 민평당 2개 정당이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의석분포는 양날의 칼이다.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후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활성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가뜩이나 당리당략에 따라 좌우되는 국회운영을 한층 더 비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여야 정당은 새로운 국회 구도에서 생산적 협치가 이뤄질 수 있게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국정운영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당의 리더십과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 출범한 민평당도 '호남 자민련' '민주당 2중대'라는 정치권 일각의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뚜렷한 정체성과 정책노선을 국민에게 보여주길 기대한다. 비례대표직을 지키기 위해 미래당 당적을 유지한 채 민평당 활동을 하기로 한 세 의원은 편법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평민당 참여가 소신이라면 의원직을 던지고 당당하게 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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