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 결국 비핵화 설득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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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 결국 비핵화 설득이 관건이다
  • 연합뉴스
  • 승인 2018.03.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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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내달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기로 했다. 남북은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회담을 열어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고 공동보도문 형식으로 발표했다. 우리 특별사절대표단과 김 위원장의 면담에서 '4월 말 개최'에 합의된 뒤 순조롭게 진행돼 4주 뒤 남북정상회담이 11년 만에 실제로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보수 정권 기간에 냉각됐던 남북관계를 회복해 민족화합을 도모하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5월에 열리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성패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된 만큼 앞으로 실무회담이 수시로 열리며 정상회담 준비도 본격화할 것이다. 아무쪼록 한 달이 채 안 남은 기간에 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해 한반도가 전쟁과 핵 공포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

이날 고위급회담에서는 정상회담 의제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동보도문의 합의 내용에는 관련 언급이 없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상호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양측은 정상 간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러한 방향으로 준비해나간다는 데 공감하면서 필요하다면 4월 중 후속 고위급회담을 통해서 의제 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견이 대체로 같지만, 아직 합의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는 의미인 듯하다. 우리 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 진전 등을 정상회담 의제로 상정하고 있지만, 제한을 두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중 핵심은 아무래도 비핵화일 것이다. 평화정착이나 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가 이뤄져야 가능하고, 지속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큰 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나머지 문제가 자동으로 풀리는 방식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틀어지면 모든 것이 수포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언급한 '단계적, 동시적 조치'는 반드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비핵화까지 단계별로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주고받자는 것이다. 미국 측에서 구상하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한 거부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백기를 들 수 없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리비아에 적용됐던 것과 같은 선 핵 포기, 후 보상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리비아가 핵을 포기한 뒤 약속된 경제지원을 받지 못하다가 체제가 무너진 터라 북한이 이 방식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다시 꺼내 들었을 수도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에 끌려다니다가 본토까지 핵미사일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만은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고 강하게 압박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대로라면 양측의 간극이 너무 커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북미 사이의 중재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 더 막중해진 것 같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빠르게 회복한 신뢰를 바탕으로 우선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과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측에 과거와 같은 단계적 조치로는 외교·안보 진용을 강경파로 교체해 놓고 벼르고 있는 미국을 설득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나 진정성이 확인되면 이를 미국에 진솔하게 전달하고, 북한도 수용 가능한 새로운 해법을 들고 북미정상회담에 나서도록 요구해야 한다. 결국, 남북정상회담까지는 북한을, 이후에는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힘든 역할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 역할을 제대로 해내려면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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