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직통 전화할 수 있는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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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 직통 전화할 수 있는 시대 열렸다
  • 연합뉴스
  • 승인 2018.04.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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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직접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Hot-line)이 20일 개통됐다. 65년 남북 간 적대와 단절을 상징하는 휴전선을 뛰어넘어 연결된 핫라인의 양쪽 끝은 남쪽의 청와대와 북쪽의 국무위원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일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양 정상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통화가 가능하다. 청와대엔 여민관 3층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직통 전화가 놓였고, 관저를 비롯해 청와대 어디에 있든 대통령이 연결할 수 있도록 라인이 구축됐다.

"평양입니다"(북측),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청와대입니다"(남측). 이날 오후 3시 41분부터 4분 19초간 청와대 제 1부속실장과 북한 국무위원회 담당자 간에 시험 통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남북 정상 핫라인 개통은 지난달 초 방북한 대북특사단의 김 위원장 면담 결과 남북 합의로 추진됐다. 양 정상은 27일 판문점에서 만나기에 앞서 내주 중 첫 육성 통화를 할 예정이다.

핫라인 개설은 남북의 중요한 사안을 양 정상이 직접 만나지 않고도 전화로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획기적 의미가 있다. 유사시 정상 간 직접 소통을 통해 남북 대치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예방하거나 수습하는 데 긴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김 위원장도 특사로 방북한 정의용 안보실장 일행에게 "이제는 실무적 대화가 막히고 (우리 실무진이) 안하무인 격으로 나오면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 전화로 얘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며 남북 정상 직통 전화 개통의 역할과 의미를 직접 언급한 바도 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국정원과 노동당 통일전선부 사이에 핫라인이 설치됐다. 양 정상이 실제 통화한 적은 없었지만, 이 직통라인은 서해 상의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이 확전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오해를 해소하는 완충 역할을 했다. 핫라인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단절됐다. 정상 간 핫라인은 1961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1963년 8월 백악관과 크렘린에 설치된 직통 회선이 유명하다. 케네디와 흐루쇼프의 이름 머리글자를 따 'K-K 라인'으로 불렸다. 냉전 시대 미국-소련은 물론 영국-소련, 프랑스-소련 간 핫라인으로 일촉즉발의 위기들을 해소한 사례들이 있다. 이번에 개통된 핫라인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이름 머리글자를 딴 'M-K 라인'으로 칭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양 지도자가 대리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통화하며 여러 현안을 놓고 대화하는 라인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핫라인 개통은 다음 주 남북정상회담에도 청신호이다. 청와대는 판문점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이번 회담의 중요 의제로 다룰 방침이라고 밝혔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개통은 판문점 회담의 정례화와 더불어 남북 관계의 질적 비약과 지도자 간 소통의 제도화를 상징한다. 현안이 생겼을 경우 남북이 형식과 의전에 구애됨이 없이 실용적으로 정상 간 대화를 추진할 통로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새로 개통된 직통 회선이 양 정상 간 신뢰의 선(線)으로 연결돼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 대전환의 길목에 선명한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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