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음성으로 듣는"…'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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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음성으로 듣는"…'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展
  • 김시원 기자
  • 승인 2018.05.04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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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7월 31일까지 광주여성재단 8층 여성전시관

"집 앞으로 진짜 탱크가 지나갔어요. 탱크나 장갑차가 지나가도 아스팔트 바닥이 깨지지 않는 걸 보고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들이 모여서 주먹밥을 만들었어요.” “우리 마을에서는 김치를 만들었어요."

"총소리가 많이 났어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소리요. 탕탕탕. 우리집 거실에 총알이 들어왔어요."

▲ 문선희作 '두두두두두'

'38년 전 당시 어린이들은 광주의 오월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무시무시한 목격담을 읊조리는 아이들 목소리는 귀엽기 그지없다.

그 어린이들은 이제 40~50대를 걷는 중장년층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가 사진과 회화, 영상에 물든다.

광주여성재단은 오는 10일부터 7월 31일까지 재단 내 8층 여성전시관에서 기획전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展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38년 전인 1980년 5월18일 광주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오월민중항쟁을 추모하는 자리다.

사진작가 문선희씨와 회화작가 윤세영, 오진하씨 등 3명의 여성작가들이 전시를 꾸린다.

이색적인 것은 전시장에서 그 때의 기억을 전하는 이가 어린이들이라는 점이다.

작가들은 아이들의 감각적인 기억을 통해 5·18이라는 거대사를 이념이나 정치적인 관점이 아닌 정서적인 관점에서 풀어낼 생각이다.

작가들이 특별히 아이들에게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의 증언 속에는 당시 시민들의 용기와 희생 같은 숭고한 의지뿐 아니라 혼란, 불안, 공포, 분노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들까지 여과 없이 드러나 있다.

▲ 윤세영作 '엄마를 기다리는 너'

좌·우의 이념 대결에서 벗어나, 국가 권력의 폭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평범한 아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국가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묻고 있는 셈이다.

염미봉 광주여성재단 대표이사는 "어김없이 또 5월이 왔다"며 "광주의 오월을 주제로 작업하는 여성작가들을 발굴해 소개함으로써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한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전시 오픈식은 10일 오후 4시 전시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전시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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