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판사' 자청한 박보영 전 대법관의 멋진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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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판사' 자청한 박보영 전 대법관의 멋진 선택
  • 연합뉴스
  • 승인 2018.08.2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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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퇴임한 박보영(57) 전 대법관이 소송액 3천만 원 미만 사건을 다루는 시·군 법원 판사로 임명돼 법조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다음 달 1일 자로 원로법관에 임명돼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의 1심 소액사건 전담 판사를 맡아 법관직을 다시 시작한다. 퇴임 후 사법연수원과 한양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는 지난 6월 재판 업무 복귀를 희망해 법원행정처에 법관 지원서를 냈고, 대법원은 전남 순천 출신인 박 전 대법관의 희망대로 고향에 가까운 여수시법원을 근무처로 정했다고 한다.

'판사의 꽃'으로 꼽히는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친 뒤 '시골 판사'로 불리는 시·군 법원 판사를 택한 사례는 그가 처음이다. 시·군 법원은 지방법원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주민들을 위해 설립된 법원으로, 소액심판·즉결심판·가압류 등 서민형 사건을 다룬다. 변호사 개업을 하거나 법무법인으로 갈 경우 연간 수억 원의 수입이 보장되는 현실에서 전직 대법관이 시골 근무 원로법관을 자원한 것은 용기와 봉사 정신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박 전 대법관의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전관예우 등으로 국민 불신이 여전한 법조계에서 대법관 출신들의 이런 아름다운 행보가 앞으로 더 나왔으면 한다.

시·군 법원의 경우 소액사건을 다루다 보니 서민들이 변호사 선임을 못 하는 사례가 다수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법률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판사들이 재판을 맡을 경우 당사자들의 만족도는 훨씬 올라갈 것이다. 김영란(62)·전수안(66)에 이어 3번째로 여성 대법관을 지낸 박 전 대법관이 훌륭한 경륜을 마음껏 발휘해 서민의 아픔을 달래주기 바란다. "봉사하는 자세로 여수시법원 판사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겠다"는 그의 소박한 다짐이 큰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법원은 지난해 2월부터 법원장을 지낸 고위 법관 중 희망자를 원로법관으로 임명해 시·군 법원 재판을 맡기고 있다. 이렇게 임명된 원로법관 수는 현재 심상철(61) 전 서울고법원장 등 8명에 달한다 한다. 원로 법관제는 그러나 65세 정년에 1심 법원 판사와 같은 수준의 낮은 처우 때문에 더 많은 전직 고위 법관들을 지원케 하는 데는 현실적 한계를 앉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로법관 유치를 개인의 봉사 정신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사법부가 차제에 고위 법관 출신들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도 품위를 유지하며 민생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고민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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