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구조' 그대로 두고는 최저임금 실효성 못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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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구조' 그대로 두고는 최저임금 실효성 못 살린다
  • 연합뉴스
  • 승인 2018.12.2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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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연봉에도 기형적 임금구조 탓에 최저임금법을 어긴 대기업들이 임금체계를 바꿀 적절한 시간이 주어진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높은 연봉을 받는데도 상여금 등의 비중이 높아 최저임금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사업장에서 임금체계 개편 의지가 있으면 적정 시정 기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5천만 원이 넘는데도 법적으로 계산된 최저임금을 주지 못한다고 고용부가 시정명령을 내렸던 현대모비스와 유사한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차관회의에서 실제 일하지 않는 유급휴일의 근로시간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 근로시간으로 명문화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최저임금은 산입범위 임금을 최저임금법상 근로시간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산입범위 임금이 같다면 최저임금법상 근로시간이 늘어날수록 최저임금은 낮아진다. 임금을 주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임금을 주고도 시간당으로는 덜 주는 꼴이 된다. 총연봉은 꽤 높은데 시간당으로 계산하는 최저임금에는 미달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경영계가 여러 차례 성명까지 내면서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강력하게 반대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용부의 시행령 개정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질 생각은 없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서로 다르고, 정부가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나 대우해양조선이 고액연봉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진짜 이유는 잘못된 임금구조 탓이다. 기본급이나 고정수당 등은 형편없이 낮고 상여금이나 변동성 수당, 성과급 등은 터무니없이 높은 불합리한 임금체계를 바로 잡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임금체계는 직무의 특성을 적절히 반영하면서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 명료한 게 좋다.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는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저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들이 쌓이면서 만들어졌다. 시대가 바뀐 만큼 현실에 맞게 고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임금체계는 노사협상을 토대로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어느 특정 기업이 선도적으로 나서서 총대를 메기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 논의와 병행해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임금체계를 놔둔 채 내년에 적용될 시간당 최저임금(8천350원)을 적용하면 내로라하는 대기업 직원 상당수의 임금이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용부 장관이 이런 현실을 반영해 임금체계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으니, 기업들도 임금체계 개편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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