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예술로 승화된 5·18…"상처 위로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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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예술로 승화된 5·18…"상처 위로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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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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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리스트 유나미씨 아티스틱 수영서 '5·18'로 솔로 연기…40세 이상서 금메달
염주체육관에 울려퍼진 '5.18'8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 FINA 세계 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여성 40-49세 솔로 프리 부문에 출전한 유나미(한국)가 정태춘의 '5.18' 노래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9.8.8 (사진=연합뉴스)
염주체육관에 울려퍼진 '5.18'
8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 FINA 세계 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여성 40-49세 솔로 프리 부문에 출전한 유나미(한국)가 정태춘의 '5.18' 노래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9.8.8 (사진=연합뉴스)

"나는 절규하는 통곡 소릴 들었소."

8일 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있는 광주 서구 염주종합체육관 아티스틱 수영 경기장에서 때아닌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포크 가수 정태춘 씨가 만든 노래 '5·18'에 아티스틱 수영 메달리스트 유나미(41) 씨의 아름다운 몸짓이 더해지며 광주항쟁의 아픈 역사는 예술로 승화됐다.

이날 아티스틱 40~49살 부문 솔로 프리에 출전한 유씨는 이름이 호명되자 당당한 걸음으로 경기장 앞에 섰다.

광주에서 5·18 곡을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이번 대회를 출전하기로 결심한 유씨는 순서를 기다리며 긴장된 모습을 보였지만 무대에 선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가볍게 입수한 그는 처음부터 격렬한 몸짓으로 1980년 5월 18일의 아픔을 표현했다.

물속에서 힘찬 발차기 연기를 할 때마다 튀어 오르는 물방울은 5·18 희생자와 유족들이 흘린 눈물로 비쳤다.

구슬픈 곡조와 가사에 맞춰 혼신의 연기를 하던 유씨는 '절규하는 통곡 소리를 들었소'라는 가사에 따라 머리를 부여잡고 절규하는 모습을 연기하기도 했다.

염주체육관에 울려 퍼진 '5.18'8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 FINA 세계 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여성 40-49세 솔로 프리 부문에 출전한 유나미(한국)가 정태춘의 '5.18' 노래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9.8.8 (사진=연합뉴스)
염주체육관에 울려 퍼진 '5.18'
8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 FINA 세계 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여성 40-49세 솔로 프리 부문에 출전한 유나미(한국)가 정태춘의 '5.18' 노래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9.8.8 (사진=연합뉴스)

격렬함과 부드러움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2분 30초 동안의 수중 연기는 기도하는 듯한 포즈로 마무리됐다.

이 포즈에는 '5·18 관련자들의 슬픔과 아픔이 위로되길 소망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유씨의 열정적인 연기가 끝나자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경기 직후 경기장 대형 전광판에는 유씨의 이름 아래 'Rank 1'이라는 표시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지난 5일 테크니컬 솔로에서 판소리 '심청가'를 배경으로 독창적인 연기를 펼쳐 1위를 한 유씨는 이날 또다시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마스터즈대회 아티스틱 경기는 테크니컬 솔로와 솔로 프리 경기의 점수를 합산해 메달을 결정한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땄던 유씨는 2000년과 2004년 올림픽에 출전하는 등 실력파 선수로 인정받다 2005년 은퇴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유씨는 우연한 기회로 들은 이 노래 가사 중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라는 가사가 마음을 움직였다.

광주에서 열리는 국제수영대회 개최 소식을 듣고 14년 만에 출전을 결심하게 된 것도 이 곡을 광주에서 연기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유씨는 국제 경기에서 이 곡을 쓸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의도와 달리 정치적인 곡이라고 판단하면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곡이 아니라면 출전할 이유가 없었다"던 유씨는 이 곡을 경기에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유씨는 저작권자인 정태춘씨와 관련자를 설득해 곡 사용을 허락받았다.

유씨는 경기를 마치고 나와 "5·18의 아픔과 슬픔에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며 "아티스틱 종목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이런 (마음이) 광주 시민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메달 따낸 유나미8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 FINA 세계 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여성 40-49세 솔로 프리 부문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낸 유나미(한국)가 시상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2019.8.8 (사진=연합뉴스)
금메달 따낸 유나미
8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 FINA 세계 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여성 40-49세 솔로 프리 부문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낸 유나미(한국)가 시상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2019.8.8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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