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검찰개혁 완성·갈등치유 출발점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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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퇴, 검찰개혁 완성·갈등치유 출발점돼야
  • 연합뉴스
  • 승인 2019.10.1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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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그야말로 전격 사퇴했다. 장관 지명 66일, 취임 35일 만이다. '단명'한 조 장관은 사퇴의 변에서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 및 수사로 분란이 일어난 것에 국민에게 먼저 사과했다. 그러곤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에 마침표를 찍는다며 개혁 완성의 바통을 후임자에게 넘겼다. 퇴진 여론이 여전히 높고 자신과 가족이 계속 검찰의 고강도 수사를 받는 상황인 만큼, 더는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줘선 안 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는 그간 '조국 찬반'으로 진영이 갈려 다투느라 다른 국정 의제가 눈 밖에 밀려나는 '조국 블랙홀' 현상을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로감은 극도로 심화했고 찬반 세력은 아예 거리로 나와 광장정치를 펼치며 세 대결을 벌여 급기야 '대의 민주주의' 회의론마저 불러일으켰다. 그 사이 여권 지지율은 주저앉고 국정 동력 약화 우려가 꼬리를 물었다. 조 장관 이슈로 검찰 개혁 의제가 급부상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됐지만, 수사받는 장관 신분의 그가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다 보니 진정성을 의심받은 것도 사실이다. 결국 조 장관 사퇴는 그 시점이 문제였을 뿐 불가피했던 '퇴장'으로 보인다.

조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 사이에 갈등을 야기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낮은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번 일을 지렛대 삼아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이 정부의 정체성과도 같은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의 재확인이다. 또 광장정치에서 분출된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달라며 솔선수범까지 다짐했다. 조 장관 사퇴 후 임명권자의 일성으로, 당파성에 기대지 않고 사실상의 대국민 사과와 호소를 배합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조 장관이 물러남으로써 적어도 여권이 드라이브를 거는 검찰 개혁의 순수성이 도전받을 우려는 크게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장관 후임을 적임자로 인선하여 법무부와 검찰이 주도하는 개혁을 이어가고 국회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처리에 매진하여 개혁 입법을 완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바야흐로 '여의도의 시간'이 온 셈이다. 이를 위해 여야는 지체 없이 당 대표들이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 등 다양한 대화 트랙을 가동하여 개혁을 위한 타협을 촉진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고 정쟁으로 또다시 허송세월하는 구태를 보인다면 이번에는 국회를 향한 '광장 시즌 2'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도 둘로 쪼개졌던 광장 민심을 보듬는 국민 통합 행보와 더불어 민생 경제 활력을 촉진하는 현장 일정에 더욱 신경을 써 갈등 치유에 소홀함이 없길 기대한다.

조 장관 사퇴 이후에도 관심이 가는 또 다른 문제는 검찰 수사다. 혹여 검찰 수사가 그의 사퇴라는 '정치적 환경' 변화에 그 강도와 범위를 조정한다면, 국민은 이후 나올 수사 결과에 신뢰를 보내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증진은 검찰 권력 분산과 민주적 권력 통제만큼 중요한 가치여서다. 검찰은 더하고 뺌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수사하고 그 결과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검찰은 앞서 조 장관이 후보자 신분으로 있을 때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그와 가족에 대해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과잉 수사와 피의 사실 공표 논란을 일으켰던 만큼 '보호막' 없어진 조국 가족을 상궤를 벗어나 무리하게 수사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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