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들어간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법무·검찰 악용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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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들어간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법무·검찰 악용말아야
  • 연합뉴스
  • 승인 2019.12.0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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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검사의 언론 접촉을 금지하고 브리핑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무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 1일 시행에 들어갔다. 수사 중인 사건의 경우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공개가 원칙적으로 금지됨에 따라 언론의 취재와 국민의 알 권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초상권 보호를 위해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 소환 내용 공개가 금지되고 포토라인 설치도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국민적 관심사가 큰 인사가 피의자로 소환돼도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외부에선 알 길이 없다. 언론기관 종사자의 검사·수사관 개별 접촉 또한 금지돼 검사실 출입은 물론 전화 취재도 원칙적으로 막히게 된다. 가뜩이나 언론의 취재가 어렵기로 악명이 높았던 검찰이 빗장을 더 단단히 걸어 잠그는 모습이다. 훈령 초안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던 '오보 기자 출입금지' 규정을 법무부가 늦게나마 삭제한 건 다행이며, 당연한 조처다.

법무부가 새 공보규칙을 마련하면서 내세운 목표는 피의사실 공표 방지와 수사 보안 강화였다. 이런 명분에는 일부 타당성이 있다. 지금까지 검찰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흘리기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던 게 사실이다. 엄혹했던 시절에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국가권력의 폭력은 논외로 하더라도, 법원 재판을 통해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져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는 사례가 숱하게 많았다. 소환이나 구속영장 신청(청구) 단계에서 공개된 수사기관의 일방적 주장은 평생 쌓아온 개인의 명예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견실했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일도 있었다.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수사기관에서 새겨진 '범죄자'라는 주홍글씨는 지울 수 없었다. 현실에서는 무죄추정 원칙이라는 헌법상 가치보다 수사기관의 말 한마디가 더 강력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잘 활용한다면 피의자 인권 보호와 수사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법무부 훈령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훨씬 큰 것 같다. 단순히 기자들의 업무 환경이 악화하는 문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 취재가 제약을 받으면 국민의 알 권리 또한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훈령은 수사 업무를 하지 않는 전문공보관 또는 전문공보담당자가 언론 대응을 맡고, 수사 사건 공개도 형사사건공개심의원회 결정 사항만 가능하도록 했다. 아무리 국민 대다수가 알아야 할 중요 사건이라 해도 검찰의 취재 협조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나아가 검찰이 실적 홍보를 위한 사건이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 공개하는 등 훈령을 악용할 소지도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강화 조처가 이른바 '조국 사태'의 한복판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눈여겨보는 국민이 많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 사건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에서 새 공보규칙이 어떻게 작동될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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