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10년의 멋진 완성을 위한 5가지 새해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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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10년의 멋진 완성을 위한 5가지 새해 소망
  • 연합뉴스
  • 승인 2020.01.0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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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21세기 두 번째 10년의 마디를 맺는 해이다. 정서적 셈법으로는 새로운 10년의 첫해이기도 하다.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든 희망과 보람으로 가득한 새해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에도 녹록지 않은 도전과제들이 우리 앞에 가로놓일 것 같은 기시감이 앞선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징비(懲毖)의 마음가짐을 벼릴 때다. 대나무의 튼실하고 굵은 마디는 모진 비바람과 성하(盛夏)의 뙤약볕을 견뎌냈을 때 비로소 허락된다고 한다. 우리도 시련과 역경을 극복해 내야 역사에 단단한 매듭을 지을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십이지간의 첫 주자인 쥐가 이끌어갈 새해는 그래서 부지런하고 검약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알토란같은 한 해가 되도록우리 모두 힘을 합치고 노력을 배가해야겠다. 새해 소망 다섯 가지를 원단(元旦) 시론에 담아봤다.

첫째, 총선이 깨끗하고 공명정대하게 치러지길 소망한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4월 15일 치러진다. 시점상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적 의미와 차기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절묘하게 결합한 선거다. 회고형 진단과 미래형 기대감이 표심에 중층적으로 투영될 것이다. 원내 다수당을 차지하기 위해 제정당은 진영의 논리와 세력에 기댈 것이며, 그에 비례해 극단의 정치가 더욱 첨예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 정치권을 배회해온 지역주의라는 고질적 망령에다 흑색선전이라는 괴물이 만나 선거판을 온통 탁류로 만들 것이라는 가위눌림은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하다. 그래서 여야 정당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다짐이 필요하다.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르겠다는 절대 명제에 대한 의지표명과 실천이 있어야겠다. 이제는 존재감조차 흐려진 '매니페스토 운동' 같은 정책선거의 부활이 절실하다. 네거티브 선거운동과 공약(空約) 남발, 무원칙한 합종연횡, 함량 미달 후보자 공천 등의 낡은 행태를 유권자들은 더는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산업은 증기를 내뿜던 시절에서 알파고로 상징되는 4차 혁명에까지 도달했고, 스마트폰은 5세대까지 발전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정치와 선거의 영역만은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돼 하류 신세를 면치 못해서야 되겠는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우여곡절 끝에 도입해 놨더니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꼼수'가 동원되는 게 우리 정치판의 낯뜨거운 현실이다. 국회가 명실상부한 민의의 전당이 되도록 그 구성원을 추려내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과정에 유권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한반도에 실천력이 담보된 평화정착의 전기가 마련되길 소망한다.

남북과 북미의 관계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현기증과 멀미를 일으킨 한해가 지나갔다. 탐색과 혼돈, 그리고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북미 '하노이 노딜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는 말의 전쟁이 쏟아내는 자욱한 포연 속에 갇혀 한치의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다. 신뢰의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려는 지금, 북미는 신년을 맞아 새로운 챕터를 열게 된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서는 만큼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북미 핵 협상의 진퇴는 우리에게도 중대한 의미가 있다. 진전이 이뤄진다면, 주춤했던 남북관계의 복원을 추동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가동될 수 있다. 그간 동결됐던 협력사업과 인도적 교류에 온기가 돌면서 평창올림픽 당시의 해빙무드가 재차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반면, 새해 벽두부터 스텝이 꼬인다면 한반도 안보 상황에는 먹구름이 낄 것이다. 집권 기간으로는 3년째, 햇수로는 4년 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시그니처 정책'에서 큰 타격이 불가피한 흐름을 맞게 된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북미가 한반도 평화정착의 밑돌을 놓을 수 있도록 유의미한 진전을 견인해 내야 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너무 조급해할 필요까지는 없다.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화 달성의 종착역에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차기, 차차기 정부에서 그런 역사적 순간을 맞을 수 있도록 주춧돌 놓기만 완벽하게 해도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다. 마침 올해는 6·25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마치 시시포스의 형벌과도 같은 한민족의 분단과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극복하는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셋째, 서민 삶이 안정될 수 있는 경제정책의 시행을 소망한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성장엔진이 식으면서 그야말로 악전고투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상징화하는 미·중 무역전쟁, 내수 부진,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력 감소 등 나라 안팎의 여러 악재와 돌발변수가 겹치고 쌓이면서 2% 정도의 저성장에 만족해야 했다.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은 흔들림 없는 편안함이 없었고, 보완재인 '혁신성장'도 성장률의 하방압력을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경기 반등과 성장률 높이기로 설정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서민들은 자신의 지갑을 불리는 원천을 소득이 주도하든, 성장이 주도하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손에 잡히는 결과를 중시한다. 당국은 매의 눈으로 경제 상황을 냉철히 진단하고, 맥점마다 맞춤형 처방을 내려주길 바란다. 줄곧 내리막을 걸었던 수출 전선에서도 V자형 회복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그나마 고용지표가 개선을 보인 건 다행스러운 신호지만, 경제의 중추 격인 40대의 고용이 약한 고리로 부각한 현실은 경제팀의 분발을 다그친다. 한창인 나이에 잉여 취급을 받는 이들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좀더 공격적인 맞춤형 정책수단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또, 아파트값 잡기가 반드시 해결의 가닥을 잡아야겠다. 평당 1억원 아파트의 등장은 대다수 국민의 허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하고 있다. 노동이 투입되지 않은 불로소득에는 그에 합당한 과세가 경제정의에 부합한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일원 아파트 단지의 거품을 빠르고도 확실하게 걷어내야 한다. 많은 서민을 정신적 루저로 내모는 고삐 풀린 아파트값의 고공행진은 땅으로 내려와 실물경제의 크기에 맞춰져야 한다.

넷째, 소중한 생명이 헛되이 희생되는 일이 없길 소망한다.

우리는 지난 한 해에도 많은 사람이 피할 수도 있었던 일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다. 그 가운데 생계의 터전인 직장에서 죽음을 맞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하겠다. 세상 어디에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직장에 나가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고(故) 김용균 씨의 1년 전 허망한 죽음은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지만, 사업장의 안전관리 실태는 제자리걸음이다.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그때뿐이고, 작업장이라는 이름의 '사지(死地)'로 매일 노동자들을 몰아넣는 위험의 일상화가 지속하고 있다. 도로 위의 살인자인 음주운전도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윤창호법'이 빛을 봤으나, 무모한 음주 주행에는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음주 운전자에 대해선 '무관용'으로 다스리길 바란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 119 구급대원, 경찰관, 의료인, 군인 등의 안타까운 희생도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자신보다 남의 생명과 안전을 앞세웠던 파수꾼들의 순직을 막기 위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임을 깨달아야 한다.

다섯째,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들은 스포츠정신 추구와 개인적 성취에 만족하길 바란다.

올해 7월 일본 도쿄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린다. 한국은 1984년 미국 LA 올림픽 10위를 시작으로 금메달 기준으로 5∼10위 권 안팎의 성적을 꾸준히 내온 스포츠 강국이다. 하지만 이제는 엘리트 체육을 통해 국위 선양을 지향하는 근대적 가치와 스포츠 내셔널리즘적 목표에서 벗어날 때가 온 것 같다. 장기간에 걸친 합숙 생활과 고강도 훈련으로 메달을 억척스럽게 따내는 과정은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우리 스포츠사의 굴절된 단면이기도 하다. 성적이 다소 부진해도, 노메달이어도 우리 선수들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결과를 받아들든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꽉 막힌 남북관계를 고려해 화해와 협력이라는 대승적 견지에서 부분적인 남북단일팀 구성을 추진해 봄 직하다. 전통적 강세 종목 중 하나인 탁구에서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고 하는데, 성과가 있길 지켜보겠다. 희망컨대 올림픽 개최지가 도쿄라는 점에서 한일관계에도 훈풍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숫자 조합이 비슷한 2002년에 양국은 월드컵을 공동개최한 그런대로 '다정한' 이웃이었음을 상기했으면 한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은 단지 낡은 것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사전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한 해의 부족했거나 잘했던 점을 그것대로 이어받아 새로운 나날 속에서 담금질한 각오와 실천 의지로 보완·발전시킨다는 뜻도 담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지금껏 쏟아부었던 땀과 노력의 결실을 하나둘씩 챙겨야 할 수확의 시기를 맞고 있다. 완성도 높은 정책유산을 남기기 위한 노력에 가일층 매진해야 할 때다. 단임 대통령의 열정과 추진력이 식거나 줄지 않도록 청와대와 내각은 더욱 부지런하게 윤활유를 공급하고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 우리 국민도 모두 손을 맞잡고 새해에는 더욱더 힘차고 굳세게 달려보자. 차제에 2020년을 '이공이공'이 아닌 '이영이영'으로 부르고 외치기를 제안한다. 그래서 "이영차, 이영차" 함성 속에 대한민국을 한 단계 높은 곳까지 끌어올려 보자. 먼 훗날 2020년에 지은 매듭이 유난히 튼실했다는 역사 속 평가가 나오도록 우리 동시대 대한국인들이 흐트러짐 없는 대동(大同)의 한해를 만들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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