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에 걸어놓은 도시락이 다음 날에도 그대로 있으면 이상 신호죠. 바로 확인합니다."
16일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은 이들이 작은 수레에 도시락을 한가득 싣고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다.
이들은 광주 북구청 노인장애인복지과 직원들로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바쁜 와중에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도시락 배달에 나섰다.
원래 도시락 배달은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의 몫이었으나, 참여자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노일 일자리 사업이 중단됐다.
이번 주부터 당장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 줄 방법이 마땅치 않자 구청 직원들이 소매를 걷고 나섰다.
북구 관내 5개 복지관 측이 주로 배달하고 인력이 부족한 곳은 구청 공무원들이 채우고 있다.
도시락을 현관문 문고리에 걸어 놓고 '띵동띵동' 벨을 울린 공무원들은 "도시락 왔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인기척만 확인하면 서둘러 자리를 뜬다.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비대면'으로 도시락을 배달해야 하는 탓이다.
도시락을 받은 어르신은 현관문을 빼꼼히 열고 주름진 손을 뻗어 도시락을 가져가며 익숙한듯 "고맙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쳐 화답했다.
이미 멀찌감치 물러난 공무원들에게 손짓하며 불편사항을 호소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이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박모(88) 할머니는 "도시락을 배달해 따뜻한 밥을 챙겨 먹을 수 있는 것도 고맙지만, 코로나19 탓에 바깥에 못 나가는 요즘 도시락 배달이 유일하게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고 말했다.
도시락 배달은 취약계층의 안부를 확인하는 '신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날 배달하는 도시락이 다음 날까지 그대로 있으면 해당 대상자에 이상이 있다는 방증으로 구청 측은 즉각 확인해 대상자의 안위를 확인하고 있다.
광주 북구는 관내 160가구 노인·장애인 거동불편 가구에 주 5일 도시락을 배달한다.
이 밖에 코로나19 확산 이전 '사랑의 식당' 등 급식소를 이용하던 취약계층은 간편식 등을 받아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데 그 기간이 지난 2월부터 5개월여 이어지고 있다.
도시락 마련에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는 업체도 있다.
광주 북구 관내 한 자활사업장 도시락 업체는 3천500~4천원은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는 도시락을 3천원에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개별 주택 등에는 별도 배달료도 받지 않고 배달까지 해주고 있다.
광주 북구청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급식소 운영이 오랜 기간 중단되면서 따뜻한 밥을 먹지 못한 취약계층의 고충이 심해지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며 "끝모르는 감염병 확산 시기를 여러 사람의 희생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