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둑놈 마을·우암산…전국 곳곳 지명에 얽힌 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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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둑놈 마을·우암산…전국 곳곳 지명에 얽힌 소 이야기
  • 연합뉴스
  • 승인 2020.12.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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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섬·마을·사찰 등 다양한 설화와 함께 남은 이름 '흥미진진'
슬픈 역사 깃든 양주 우이령·부산 우암동…금융기관에는 황소상
전남 해남 미황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남 해남 미황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띠해인 신축년 새해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 소와 관련한 지명이 눈길을 끈다.

소는 예로부터 농경에 필수적인 가축이었기에 집마다 중요하게 여겼다.

학부모가 자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를 팔아야 했다는 이야기에서 기원한 우골탑이 상아탑 대신 대학을 가리키던 시절도 있었다.

현재 소를 농사에 이용하는 농가는 무척 드물다.

그러나 한국인은 소를 가장 뛰어난 음식 재료로 여기기 때문에 지금도 소가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충북 청주 우암산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북 청주 우암산 [연합뉴스 자료사진]

◇ 소 형태에서 유래한 산 이름 많아

소가 누운 형상에서 비롯된 산 이름인 와우산은 전국 곳곳에 있다.

서울 마포구, 부산 해운대구, 충남 공주, 전남 장성, 경북 청도, 광주 광산구, 전남 순천, 경남 고성, 경남 하동 등에 널렸다.

경기 부천시 심곡본동과 시흥 대야동, 인천시 남동구 사이에 있는 성주산은 와우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우성이산은 산 모양이 소가 누워 있는 형국, 즉 와우형(臥牛形)이라서 그렇게 부른다.

세종시 연동면 황우산도 산세가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경북 포항에는 흥해읍과 우현동을 연결하는 고개인 소티재가 있다.

소가 누워 있는 형국이란 데서 따왔다는 설, 소 장수가 날이 저물어 골짜기에서 자던 중 소뼈가 가득 쌓인 꿈을 꾼 데서 유래했다는 설, 작은 고개란 의미의 '쇠티'가 변음된 것이란 설 등이 있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 응달말에서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우이령(牛耳嶺)은 소의 귀처럼 길게 늘어졌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오봉과 상장봉 사이에 있는 소귀고개를 응달말에서 바라보면 왼편에 교현리와 서울 경계가 되는 중방고개가 있고 오른편에 갈비봉이 있어 두 봉우리가 소귀처럼 보인다.

우이령에는 북한산 비경을 볼 수 있는 탐방로가 있다.

양주시 장흥면과 강북구 우이동을 잇는 지름길로, 6·25 전쟁 때 미군이 작전도로로 개설했다.

이 도로는 1968년 1·21 사태 때 북한 공작원 침투로였다는 이유로 40여년간 통제되다가 주민 요구로 2009년 7월 부분 개방되는 등 역사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충북 청주를 상징하는 우암산 원래 명칭이 '와우산(臥牛山)'이라는 주장이 있다.

청주박물관이 충북도문화재연구원과 공동으로 펴낸 '청주 와우산'이라는 학술보고서에 따르면 해동지도, 조선팔도지도 등 18세기 중엽 이후 제작·편찬한 고지도나 지리지 등에 우암산이 와우산으로 표기됐다.

경기 양주시 옥정동에는 우산(牛山), 우산동(牛山洞)이 있다. 우산은 높이 182.3m 야산으로 와우형 명당이 있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우산동은 옥정동 635, 761번지 일대 마을로 옥정동에서 으뜸이 되는 마을이고 우산(牛山) 밑에 있어서 붙여졌다고도 하고 예전부터 소가 많아서 우산동으로 불리게 됐다고도 한다.

전남 해남에서는 해남읍과 옥천면 경계에 있는 우슬재 원래 명칭이 우사현(于沙峴)이었으나 소가 누운 형상을 띠고 있어 우슬치(牛膝峙)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설화가 내려온다. 지금은 재 아래로 해남터널이 지나고 있다.

◇ 우도 등 섬에도 등장하는 소

연간 200만명 관광객이 찾는 섬 속의 섬 제주 우도(牛島)는 형상이 마치 소가 누워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충남 서산시 지곡면 도성리 가로림만에 있는 우도도 마찬가지다.

전남 신안에 있는 우이도(牛耳島)는 서쪽 양단에 돌출한 2개의 반도가 소귀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에 있는 선재도는 고려 시대 때 소우도(小牛島), 독우도(犢牛島)로 표기돼 전해졌다.

소우(小牛)나 독우(犢牛)는 모두 송아지를 뜻하는 것으로 선재도 북서쪽에 위치한 영흥도를 어미 소같이 따라다니는 듯한 모습에서 비롯된 지명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우도란 명칭이 속되다는 이유로 조선 후기 선재도(仙才島)로 개칭됐다고 한다. 선재도는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춤을 추던 곳이라 해서 생긴 이름이다.

충남 서산 우도 [서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남 서산 우도 [서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마을 이름에 다양한 소 이야기

부산시 남구 우암동(牛岩洞)은 포구에 있던 큰 바위 모양이 소처럼 생겼다고 해서 동네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일제강점기인 1909년 일제가 소를 수탈하기 위해 우역검역소와 소 막사를 설치해둔 곳이기도 하다.

소 막사는 해방 이후 일본에서 돌아온 동포들과 6·25전쟁 피란민 집이 됐다.

1개 동에 평균 100명 이상이 생활하고, 보자기로 칸을 나눠 가마니를 이불 삼아 하루하루를 버틴 곳으로 실향민 애환이 담겨 있다. 소 막사는 2018년 5월 등록문화제 제715호로 지정됐다.

충북 청주에도 우암동이 있다.

청주시는 우암산과 용암사 이름을 따서 우암동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다.

충북 보은군 회남면 '법수2리'는 2017년 '우무동리'로 지명이 바뀌었다. 소가 춤을 추는 듯한 마을 지형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진 6리와 12리에 있는 마을은 소가 옆으로 누운 것처럼 길게 늘어져 있어 소돌이라고 한다.

해마다 제를 올리는 해당화 서낭당 남쪽 건너편 바다에 있는 바위가 소뿔에 해당하고, 바다를 바라보는 능선이 소머리와 몸통이며, 산기슭 서편이 소 젖통에 해당한다.

젖통에 해당하는 집은 항상 부유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마을이 소 형상이기 때문에 마을 제사를 지낼 때 소고기를 쓰지 않고 닭을 쓰고 있다.

태백산맥 줄기가 면면히 이어지는 강원 오대산 자락(평창군 진부면 하진부2리)에는 '소도둑놈 마을'이 있다.

험상궂은 이 마을 이름은 숲속에 숨은 산적들이 겨울철 마을에 내려와 소를 잡아먹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소도둑놈 마을 산적들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억울한 사람들 친구가 되어주는 의적이었다고 한다.

소도둑놈 마을은 2013년 생태체험 마을로 탈바꿈해 도시민 마음을 훔치고 있다.

동해안 최북단 강원 고성군 간성읍 장신 2리에는 향로봉 아래에 아늑하게 자리한 '소똥령 마을'이 있다.

마을에는 소똥령으로 부르는 고개가 있는데 옛날 국도 1번지에 해당하는 한양가는 길이었으나 통행이 끊긴 지 오래됐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지나다녀서 산 생김새가 소똥 모양이 돼버리는 바람에 붙었다는 설과 고개 정상에 주막 앞에 시장으로 팔려 가는 소들이 똥을 많이 누어 그렇게 불렀다는 설이 있다.

경기 평택시 오성면 숙성2리 큰조머리 마을에는 '소우물'이라는 우물이 있다가 수십 년 전 매몰됐다.

이곳에는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마을에서 소를 물어다가 잡아먹고 나서 바다로 나가게 됐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에는 '우러리'라는 마을이 있다. 수레너미고개 즉 차유령(車踰嶺)으로 넘어가는 길 초입에 있는데 소가 수레를 끌고 넘어가는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우현동은 소티재를 소우(牛)와 고개현(峴)으로 옮긴 한자 이름이다.

한때 가수 이효리가 거주하면서 이름을 알린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도 소와 관련이 있다.

소길리 옛 지명은 우로리(牛路里)로 소가 걸은 길을 의미한다.

소길리를 비롯해 제주 중산간 지역은 대부분 목장으로 소나 말이 다니는 길을 따라가야만 마을로 갈 수 있었다.

경기 평택시 칠원동 쇠물뿌리 마을은 칠원 3동의 한 마을 이름이다.

마을 형태가 누워 있는 소인데 소뿔에 해당하는 곳에 마을이 형성되면서 쇠물뿌리 마을로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 늪, 평야에도 유래

경남 창녕 주민은 유어·이방·대합·대면 등 4개 면에 걸친 우포(牛浦)늪을 '소벌'이라고 불렀다.

우포 북쪽에 있는 우항산(일명 소목산)을 하늘에서 보면 소의 목처럼 생겨서 소가 목을 내밀고 늪에서 물을 마시는 모양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 자연내륙습지로서 태고 신비를 간직한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제주에서는 관광지로 유명한 서귀포시 쇠소깍과 제주시 우도에 소와 관련한 이름이 붙었다.

쇠소깍은 서귀포시 효돈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를 흐르는 효돈천 하구다.

쇠소깍이라는 지명은 효돈동 옛 이름인 '쇠둔'에서 나왔다.

'쇠'는 소(牛)를 뜻하는 제주어이고, '둔'은 무리를 이룸(屯)을 뜻한다. 소를 모아 기르던 곳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탐라순력도에는 효돈이 '우둔'으로 기록됐는데 이는 쇠돈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쇠소깍은 쇠둔의 '쇠'와 웅덩이를 뜻하는 '소(沼)', 그리고 접미사로 끝을 의미하는 제주어 '깍'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쇠소깍은 강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투명한 민물과 웅장한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을 인정받아 2011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8호로 지정됐다.

◇ 소와 관련된 흥미진진한 전설도 많아

전남 해남 달마산에 있는 미황사(美黃寺)는 어여쁜 소가 점지해준 절이란 뜻을 갖고 있다. 미황사는 우리나라 육지 가장 남쪽에 있는 사찰로, 통일신라시대인 749년에 창건됐다.

미황사 사적비에 따르면 경전과 불상을 싣고 해안에 도착한 의조 스님이 봉안할 장소를 고심하던 중 경전 등을 실은 소가 크게 울며 눕는 꿈을 꾸고 나서 그 자리에 통교사를 짓고 다시 소가 멈춘 곳에 미황사를 일군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 평택 심우총 [평택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 평택 심우총 [평택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 평택에 있는 심복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화성 용주사의 말사로 이름과 관련된 설화가 내려온다.

파주에 사는 한 어부가 바다에서 석조 불상을 건져 올려 모실 곳을 찾다가 지게에 지고 평택시 현덕면 광덕산까지 와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어부의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바닷가에 가면 주인 없는 소와 파손된 배가 있을 테니 이걸 이용해 절을 지으라"고 했고, 다음 날 주인 없는 검은 소 2마리를 발견한 어부는 부서진 배에서 나무를 실어다가 심복사라는 절을 지었다.

절이 완성되자 소는 이유 없이 죽었고, 어부는 절 인근에 무덤을 만들어 '심우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경북 구미시 산동면 인덕리에는 의로운 소 무덤이란 뜻의 의우총이 있다.

이 무덤을 만든 연대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알기 어렵다.

다만 조선시대인 1630년(인조 7) 선산부사 조찬한이 무덤과 관련한 얘기를 전해 듣고 의우전을 기록하고 비를 세웠다.

기록에 따르면 김기년이 암소를 데리고 밭을 갈던 중 호랑이가 뛰어나와 소와 김기년에게 덤벼들었다. 그때 소가 뿔로 호랑이를 공격했고, 달아난 호랑이는 얼마 가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김기년은 자신이 살아난 것은 소 덕분이라며 소가 죽으면 자기 무덤 옆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

주인이 죽자 소는 죽을 먹지 않고 3일 만에 죽었고 마을 사람들은 소 무덤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2018년 한국거래소, 금융공기업, 금융기관 등이 입주한 부산국제금융센터에는 황소상이 등장했다.

가로 3.9m, 세로 1.8m, 높이 2.1m 규모 황소상은 행운과 재물복을 가져오는,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인식되고 있다.

주식시장 활황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황소상은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중국 상하이 등 외국 주요 도시에도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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