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임자, 못다 핀 튤립 꽃봉오리 꼭 잘라야 쓰것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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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임자, 못다 핀 튤립 꽃봉오리 꼭 잘라야 쓰것소?"
  • 연합뉴스
  • 승인 2021.03.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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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네요. 올해도 이렇게 예쁜 튤립 꽃봉오리를 잘라야 한다니…"

전남 신안군 임자도의 한 주민은 막 피어오르는 튤립 꽃송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했다.

자칫하면 올해도 아름다운 임자도의 튤립을 보기가 힘들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임자도의 명물 대광해수욕장 앞에는 6만8천㎡ 규모의 임자도 튤립공원이 있다.

이 튤립공원에는 2천만 송이의 튤립이 매년 4월 초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바다 위에 깨를 뿌린 듯 많은 섬이 있어 들깨를 일컫는 임자(荏子)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안군이 임자도 튤립단지의 튤립 꽃봉오리를 모두 자를 예정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신안군 지도읍과 임자도를 잇는 4.99㎞ 길이의 임자대교가 개통한 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구멍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임자도 튤립 축제 [신안군 제공]
임자도 튤립 축제 [신안군 제공]

이런 예측은 최근 개통한 임자대교로 예상보다 2배나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더 설득력을 얻었다.

임자대교 개통 이후 하루 8천 대의 차량이 왕복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기대에 찬 주민들과는 반대로 신안군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처럼 튤립의 꽃봉오리를 모조리 쳐내지는 않기로 했다.

방역 수칙만 잘 지킨다면, 외부활동을 통한 감염위험이 아주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신안군은 2천만 송이 가운데 1천만 송이 정도는 꽃봉오리를 제거하지 않고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23일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로 자동차가 지나고 있다. 최근 개통한 임자대교는 신안군 지도읍과 임자도를 잇는 해상교량으로 여객선으로 30분 이상 걸렸던 소요 시간을 3분으로 단축했다.
23일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로 자동차가 지나고 있다. 최근 개통한 임자대교는 신안군 지도읍과 임자도를 잇는 해상교량으로 여객선으로 30분 이상 걸렸던 소요 시간을 3분으로 단축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마음이 답답해서 멀리서 임자도를 찾은 사람들에게 도리가 아닌 듯해 올해는 절반을 남기기로 했다"면서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갑갑한 마음을 달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대부분 방문객이 버스를 타고 오는 단체 여행객이 아니라 승용차를 타고 온 개별 여행자들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크게 반기는 입장이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파의 산지로 유명한 임자도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면 농산물 유통 등 다양한 부수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임자도의 한 대파밭에서 파 수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임자도의 한 대파밭에서 파 수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신안군 1호 사회적기업 임자만났네 정창일대표는 "방역수칙 준수 등이 생활화되고 있는 실정에서 튤립을 다 자를 필요가 있냐는 주민들의 의견이 통한 듯해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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