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한 세월호 '미스터리'…어떻게 푸나
상태바
산적한 세월호 '미스터리'…어떻게 푸나
  • 광주데일리뉴스
  • 승인 2014.05.14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 진상조사 불투명…특별법 제정 통한 특별조사위원회 추진

▲ 비 내리는 팽목항을 뜨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이 사고해역을 향해 자식의 이름을 외치고 있다.
15일이면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30일째를 맞이하지만 아직도 명쾌하게 해소되지 못한 각종 의혹이 진실 규명을 기다리고 있다.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로 어느정도 의구심이 풀릴지도 관심사다.

해경과 해양구난업체 언딘 유착설과 16~17일 사실상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못하는 등의 임무 방기, 진도해상관제센터(VTS)가 세월호가 관할해역에 진입한 후 2시간까지도 동향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상황, 승무원들이 대피 안내방송을 끝까지 하지 않은 이유 등 세월호 관련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목포해양경찰서장이 사고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경비정에 승객 퇴선을 4차례 지시했는데도 이를 어긴 사실도 드러났다. 해경이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벌이지 않았다는 생존자들의 증언도 계속되면서 초동 대응 의문점은 더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최대 재난 참사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필요한 미스터리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상태다.

◇격리된 선장·삭제된 CCTV…누구 만났나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8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17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수사 과정의 의혹'에서 특히 한가지를 강조했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구속 전 해경의 아파트에서 묵으며 누구를 만났는지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선장은 사고 다음날인 17일 10시간 가량 해경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뒤 오후 10시경 목포에 있는 박모 경사의 아파트로 가 하룻밤 동안 지냈다. 해경은 사고 당일부터 구조된 15명의 세월호 선박직 직원을 목포의 한 모텔에 묵게했는데, 이 선장은 따로 별도의 장소에서 잠을 자게 한 것이다. 또 이 아파트 현관의 CCTV 기록 2시간 분량이 삭제된 것도 확인됐다. 삭제 경위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이날 아파트에는 이 선장과 또 다른 한명, 박 경사의 가족들이 남아있었지만, 이 선장과 함께 있던 인물이 누군지도 의문이 제기됐다. 해경은 그 인물이 해경 김모 경사라고 특정했으나 정작 본인은 아파트에 간 적이 없다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별다른 수사를 벌일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모 경사는 부담감때문에 언론을 상대로는 부인했지만 그날밤 이 선장과 함께 있었던 게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민변은 "이 선장이 수사관의 아파트에 머무는 동안 CCTV 기록 전부가 공개돼야 하고 삭제 경우가 밝혀져야한다"며 "아파트에서 이 선장을 만난 사람이 국정원인지 청와대 관계자인지 아니면 청해진해운 사람인지 밝혀져야 한다. 이 선장과 누구를 만나게 해줬는지 무엇을 숨기려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 측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고 직후 항만청과 국정원에 보고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월호는 국정원이 지정한 '국가보호장비'로 긴급재난 때 여객수송의 임무를 맡는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는 "이정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의 파장을 고려할 때, 설령 사건 실체적 규명에 큰 변수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선장을 해경의 개인 숙소에 데려가고 CCTV 기록이 삭제된 것에 대한 정당성 확인이 있어야 한다"며 "수사 자체를 회피하는 것은 제식구 감싸기를 넘어서 뭔가 감춰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 군, '머구리' 잠수사 릴레이식 투입. 4월18일 오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물에 잠긴 세월호에 대형 부표를 연결하고 있다.
◇사고 전날부터 나타난 세월호 선체 손상 징후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종합하면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49분쯤 변침을 시도하다 45도 정도로 기울며 침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세월호에 이상이 언제부터 생겼느냐다. 여기서 변침 오래 전부터 세월호 선체가 손상을 입어 바닷물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럴 경우 청해진해운과 승무원들의 책임은 더욱 커진다.

생존자들의 주목할 만한 증언도 나온다. 세월호는 맹골수도에 진입한 직후인 오전 8시30분경 선내 방송을 통해 오전 10시30분 예정이던 제주항 도착이 지연돼 낮 12시경 도착할 것이라고 알렸다는 것이다. 또 제주항의 하역사에도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당시 19노트로 달리고 있던 세월호는 2~3시간이면 제주항에 이를 수 있는데 3시간 반 이후에야 도착한다고 통보한 것도 의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월호가 사고 전날 밤부터 기울기 시작했다는 생존 승객 서모씨의 증언도 있다. 15일 밤 10~11시쯤 군산 앞바다를 지날 때 파도가 없는 잔잔한 바다였는데도 '쿵' 소리와 함께 15도 정도 배가 기울었다는 것이다. 또 기관실에 근무한 한 승무원은 16일 오전 7시40분쯤 일지를 쓰는데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배가 기우는 느낌이 들었다는 증언도 했다.

또 배가 기울기 시작한지 약 1시간 30분만인 10시21분 세월호가 사실상 침몰한 것 역시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너무 빨리 침몰됐다는 것이다. 미국 CNN은 미국 해안경비대 피터 보인턴 대장과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처럼 큰 규모의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뒤 전복되기까지 속도를 고려하면 상당한 손상을 입어 대규모 침수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변침하기 훨씬 이전에 선체에 이미 이상이 발견됐거나 출항 직후부터 침수가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선체 손상이 없었다면 출항 직후부터 램프로 바닷불이 들어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램프는 배안으로 들어오는 차량의 통행로와 유압장치 등의 구조물인데, 세월호 인천항 출항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바닷물과 화물이 실리는 오른쪽 램프의 간격이 1.5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과적으로 배가 출렁거리면 이 램프로 화물칸에 바닷물이 들어와 배안을 돌아다니며 배의 균형성을 해치는 '자유 수면 효과'(free surface effect)가 일어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배의 복원력을 심각하게 해쳐 사고를 불렀다는 추론이다.

만약 세월호에 변침 이전부터 문제가 감지됐다면 그동안 배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이준석 선장은 사고가 나기 전인 오전 7시대부터 청해진해운과 몇통의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오하마나호 선장, 청해진해운 인천·제주 사무실과 번갈아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부터 뭔가 이상을 발견하고 회사 쪽과 상의를 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선박전문가인 신상철 전 서프라이즈 대표는 "8시 정도부터 이상 상황이라고 보면 그때부터 세월호는 본사와 계속 통화하며 배를 어떻게 처리할 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을 것"이라며 "당장 배를 근처 팽목항으로 피신시킬 경우 승객에 대한 환불과 제주까지 이동비용, 화물 처리 문제 등으로 막대한 비용 손실이 생긴다. 본사 운항관리팀은 어떻게든 제주까지 가보라고 설득했을 가능성이 크고, 배가 기운 이후엔 보험금 문제로 법무팀이 개입해 마지막 구조 순간까지 승객들을 대기시키라고 반복 지시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전 대표는 "승객에게 구명조끼 착용을 지시한 후에는 갑판으로 피신 안내하는 것이 상식 중 상식인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결국 본사의 반복적인 오더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 사이 충분했던 시간은 다 지나가고 배가 예상보다 급격히 기울면서 현장 승무원들은 판단력을 잃어 자기 살기에 바빴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월 29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구 화량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침몰 6시간후까지 상황몰라…청와대의 대응체계 논란

이번 참사를 맞아 정부 내 표적은 감사원이 감사에 들어갈 해양수산부, 해경, 안전행정부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의문으로 남는 청와대의 사태 대응능력과 책임에 대한 검증은 어느정도로 이뤄질 지 미지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사고 당일인 16일 취재진이 청와대 최초 보고 시간을 묻자 확인을 거쳐 "오전 9시31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오랫동안 사고의 기본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도록 하라"고 해경에 지시했다.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세월호는 오전 9시45분 이미 62도 이상 기운 상태였고 대통령 지시 21분후 완전히 침몰했다.

침몰 6시간이 넘은 당일 오후 5시 중대본을 방문한 박 대통령의 말에서도 이같은 정황은 드러난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있는데도 발견이 힘드냐"고 물었다. 현장 상황을 전혀 몰랐다.

당시 청와대는 오전 브리핑에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사고 상황을 신속하게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재난대응체계에 비판이 제기되자 "국가안보실은 국가재난대응 콘트롤타워가 아니며 위기관리센터 재난 정보·현황를 총괄할 뿐"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적 정보 파악 체계조차 엉망이었다는 점이 확인되면 청와대 책임론 역시 커질 전망이다.

◇의혹 어떻게 밝히나…특별법 통한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움직임

국회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여야 초당적 협력에는 동의했으나 상임위 현안보고, 국정조사 실시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다음달 19일 상설특검법이 발효되면서 특검 실시도 길이 열려있으나 선거를 앞둔 여야의 셈범이 달라 전망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해경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국민적 불신을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재야 법조계에서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통한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9·11조사위원회처럼 2~3년간 장기적으로 활동하면서 심도깊은 조사와 대안까지 마련하자는 것이다.

단순한 책임자 처벌 뿐 아니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한 부분을 포함한 참사의 복합적 문제를 규명하고 제도적 대안까지 수립하려면 국회나 특검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인 박주민 변호사는 "국회 활동은 여야 정쟁으로 흘러 국민들의 실망감만 더할 가능성이 크고 특검도 사건의 전모를 드러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별법을 통한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필요하다"며 "대한변협과 민변이 우선 다음주초까지 유가족·실종자 가족과 협의를 통해 특별법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