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대선] ② "이대론 안된다, 혼탁선거 유혹 이겨내야"…전문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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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대선] ② "이대론 안된다, 혼탁선거 유혹 이겨내야"…전문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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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2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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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매몰 네거티브로 정치적 내전, 피로감 높아져…서로 인정해야"
"'독이 든 사과', 국민도 정치권도 손해…정책선거로 돌아가자"

"현재 대한민국은 내가 살기 위해 상대방을 죽여야 하는 정치적 내전상태를 겪고 있다"(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

양당 차기 대선 후보 간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후보자 및 가족의 신상에 대한 난타전이 가열되며 '혐오 대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말까지 나오는 상황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23일 입을 모아 '역대급 네거티브전'이라고 평가했다.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이제라도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과 존중을 바탕 삼아 정책선거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이재명ㆍ윤석열, 국가조찬기도회 참석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2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ㆍ윤석열, 국가조찬기도회 참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2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상대를 절대 악으로"…진영정치 심화가 네거티브로 표출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호 비방 과열 양상의 근본 원인으로 '진영정치의 심화'를 꼽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에 번져있는 진영대립 구도에 편승, 상대를 적으로 몰며 자기 지지층의 결집만 노리는 정치풍토가 고착돼 버렸다는 것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은 국회의원이나 선출직 공직자 같은 이른바 '정치 엘리트'와 일반 지지자 모두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다"며 "이런 양극화 현상이 불과 10년 전과 비교해서도 훨씬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번 대선의 경우 양당 차기 대선 후보 모두 상대방을 향해 '감옥에 갈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며 "대선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일종의 '정치적 장터'가 열리는 시기인데, 이처럼 중요한 기회가 진영 간 양극화로 낭비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외과 교수 역시 "이번 대선에서는 진영간 양극화가 극도로 심화해 상대의 존재나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주의 체제 아래 정치 세력은 이념적 차이가 있을지라도 상대방이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대전제를 인정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며 "상대를 절대 악으로 규정하는데 어떻게 정책 경쟁이 가능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정치 세력 간 네거티브전이 이른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심화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상병 교수는 "조국 사태 이후 진영 간 고소 고발이 난무하며 상대를 없애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전쟁 상황을 무마하려면 이번 대선에 국민, 특히 중도층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인물이 나왔어야 했는데 양당 후보 모두 이른바 '싸움꾼'이 나오다 보니 오히려 네거티브 선거전이 과열됐다"고 분석했다.

SBS D 포럼 참석하는 여야 대선후보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18일 오전 SBS D 포럼 '5천만의 소리, 지휘자를 찾습니다'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SBS D 포럼 참석하는 여야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18일 오전 SBS D 포럼 '5천만의 소리, 지휘자를 찾습니다'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독이 든 사과' 국민 뿐 아니라 정치권도 손해…"서로 인정해야"

전문가들은 진흙탕 선거 양상과 상호 비방전이 여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물론 네거티브는 단기적으로는 표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네거티브 선거전을 펴는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인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선거에 대한 피로감을 높여 중도와 부동층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길 수 있으며, 그 책임은 결국 정치인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 네거티브전을 '독이 든 사과'로 비유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전문가들은 혼탁한 대선을 정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세력 확장을 위해서라도 정치적 경쟁자인 상대 진영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묵 교수는 "양 진영을 크게 분류해보면 각각 민주화와 40대, 산업화와 60대 세력으로 나눌 수 있다"며 "이들이 서로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한 바를 인정하고, 발전적 경쟁자 관계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정치인들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스스로 품격을 갖춰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후보자 개인을 둘러싼 문제가 많다면 대선에 나오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고, 정치인 자신도 그런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 "실종된 정책경쟁, 이대로는 안돼"…정치개혁 주문도

전문가들은 양 진영의 소모적 비방전 탓에 정책경쟁이 실종,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 네거티브 선거의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 모두 '정책선거로의 회귀'를 내걸고 과감하게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상병 교수는 "집권당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며 야당과의 토론을 시도해야 한다. 논란성 짙은 정책이 네거티브전보다 낫다"고 했다.

이어 "야당 역시 정책으로 이기지 못하면 안 된다"며 "여당과 정부의 실수, 반사이익만 바라면 안 된다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원호 교수는 한발 나아가 중장기적 차원의 정치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치인 개개인의 자성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본적으로는 양당 체제를 공고화하는 단순 다수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87년 헌법 체제를 통해 부정적으로 뿌리내려버린 양당제 체제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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