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 한 사립 초등학교가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 학기 내내 점심시간에 어린 학생을 나가 놀지 못하게 붙잡아두고 보충학습을 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40대 아빠 A씨는 며칠 전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7)로부터 지난 9~12월 2학기 매일 점심시간에 식사한 후 친구들이 운동장에 나가 놀 때 선생님과 글쓰기를 하느라 힘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A씨는 아들이 평소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거나 일기를 쓰지 못해 벌점인 '머쓱이'를 많이 받아 점심시간에 벌을 선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잘했을 때는 '으쓱이', 반대로 잘 못 했을 때는 '머쓱이'를 각각 줘 학생별로 점수를 매긴 후 교실 앞 대형 화면에 모든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해놓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5일 "어린 아들이 벌점을 우려해 새벽 4시에도 일어나 숙제를 하는 등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느꼈다"면서 "교사가 이런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아 6개월이 지나 아이한테 관련 얘기들을 듣고 크게 분노했다"고 말했다.

이야기 중 감정이 복받쳐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 A씨는 "아이를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못 나가게 한 것은 감금이고 학대"라면서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학교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 처리를 위해 회사도 그만두었다는 그는 최근 아들을 집 근처 다른 공립학교로 전학시켰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담임 교사는 이번 일로 논란이 일자 학부모에게 전화해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학대가 아닌 교육을 했다는 주장도 폈다.

담임 교사는 A씨와 교장이 참석한 삼자대면 질의에서 학생을 벌주기 위해 점심시간에 못 나가게 한 것이 아니며 교육 과정의 하나인 한글 타자와 독서 학습을 보충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삼자대면 대화는 A씨에 의해 모두 녹음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담임 교사는 "9월 중순부터 타자가 안 된 아이들이 점심시간마다 올라가서 타자 연습을 했다. 타자 평가 무급을 탈출할 때까지 한 달 된 애들도 있고, 두 달까지 가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는 학교에서 특히 중요시하는데 2명이 완주가 안 됐다. 다른 친구들은 다 완주증 받는데 둘만 못 받으면 속상할 수 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아침에 읽었던 글 올리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담임교사는 추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으며 교장은 전화 통화에서 학대 사실을 부인하며 교육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장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전제하면서 "교사는 잘 가르치고 싶어했고 열의도 높았다. 교사가 어떤 목적으로 아이를 지도했는지, 교육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장은 "교사가 아이를 정성으로 보살폈으며 아이의 학업 성취도가 많이 좋아진 것으로 들었다"면서 "교사의 얘기도 공감할 부분이 있어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 교사도 이번 논란으로 충격을 받고 학교를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나 "학교측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이런 사안을 왜 학부모에게 미리 말해주지 않았는지 해명하지 못하는 점은 분명히 문제"라면서 "연간 수업료가 1천만원에 달하는 명문 사립학교에서 있을 일이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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