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대국민 탈권위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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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대국민 탈권위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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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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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뒤로 보이는 청와대[연합뉴스 자료사진]
경복궁 뒤로 보이는 청와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부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활용하는 '광화문 시대' 공약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한다. 취임 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광화문 청사 집무실에서 곧바로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청와대 시설과 관저 등은 시민에게 개방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정무와 공보 기능을 담당하는 참모들 위주로 대폭 축소하고 민관 합동위원회를 신설해 국정 운영의 핵심 정책을 이 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도 한다. 청와대라는 명칭도 없애고 전혀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를 해체하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 실행된다면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을 탈피하려는 1호 조처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 때 '광화문 대통령'을 내걸고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 청사로 이전하고, 청와대와 북악산을 시민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하면서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 그가 광화문 시대를 말한 이유였다. 그러나 2년 뒤 문 대통령은 "경제가 엄중한 시기에 많은 리모델링 비용을 사용하고 행정상 혼란도 상당 기간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공약 파기를 공식 선언했다. 여기에는 경호상 이유도 컸다고 한다. 광화문 청사 건물의 유리를 방탄으로 바꾸는 등 외부 공격이나 침입에 대비한 추가 시설 공사가 필요하고, 인근에 고층 건물이 많아 경호에 현실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호와 비용 문제는 공약 제시 과정에서도 상당한 검토가 있었을 것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선거 과정에서의 약속보다는 당선 후의 실리와 편의를 택한 것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어디에서 일하는지는 국민 입장에서 대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는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이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지니는 '탈(脫)권위'의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 정치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려는 모습을 개헌 없이도 당장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청와대를 나온 광화문 대통령이라면 이는 50억 원으로 추산되는 비용이나 일부 경호상의 어려움을 훌쩍 뛰어넘는 가치 창출이 될 수 있다. 여러 불편과 부담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실천하는 최고위 선출직 공직자의 모습을 보는 것은 국민에게 상당한 안도감도 줄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정부서울청사에 대통령 집무실 설치가 가능한지 현 정부 관계자와 상의했고 '보안 문제는 물론 업무 공간에도 문제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또 인수위에 '광화문 청사 이전 특위(가칭)'를 설치해 인수위 1호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하니 경호나 의전 등의 문제를 면밀히 따져 공약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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