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천장이 안 보인다…긴축 칼 빼 드는 미국·고민 커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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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천장이 안 보인다…긴축 칼 빼 드는 미국·고민 커진 한국
  • 연합뉴스
  • 승인 2022.04.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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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 인상·국제유가 강세, 국내 환율·물가·성장에 부정적
'민생 최우선' 새 정부 대책 주목…"점진적 금리 인상" 의견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지구촌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페루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질 정도다. 각국이 그동안 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푼 막대한 재정이 물가 상승의 불씨가 됐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를 키우고 있다.

원유와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서민 경제에 먼저 충격을 주면서 각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한 고강도 긴축을 예고한 가운데 우리나라 정책·통화 당국은 어떤 행보를 할지 주목된다.

고삐 풀린 서민 물가 (CG)[연합뉴스TV 제공]
고삐 풀린 서민 물가 (CG)
[연합뉴스TV 제공]

◇ 미 금리 인상·유가 상승…우리 경제 충격 어디까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국제 유가 흐름은 우리 경제의 주요 변수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이 예상된다.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방식이다.

연준이 최근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위원이 빅스텝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불러올 소비·경기 위축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연준은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최대 월 900억 달러 규모의 양적 긴축에도 나선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7.9%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3%다. 모두 연준 목표치인 2%를 크게 뛰어넘는다.

홍서희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연준이 높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을 병행해 통화 긴축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통화 긴축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가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과 국채 금리는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산하 IBK경제연구소는 연준이 지난 3월에 이어 12월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총 7차례 올리면 내년 1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0.77% 감소하는 반면 단기금리는 0.14%포인트, 원/달러 환율은 0.76%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IBK경제연구소는 세계 GDP의 90%를 차지하는 30개 국가를 포함해 거시경제 변수의 관계를 바탕으로 국가별 또는 세계적인 경제 충격의 파급효과 분석이 가능한 GVAR 모형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의 경우 1분기 배럴당 평균 101달러에서 2분기 116달러(미국 에너지정보청 예상치)로 오르면 우리나라 GDP는 0.59% 줄고 소비자물가는 2.23%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를 내고,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고유가 상태가 지속하면 그 충격은 더 커진다.

2분기 수입 곡물 가격…식용 10.4% 상승 전망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2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식용 158.5, 사료용 163.1로 전 분기 대비 10.4%, 13.6%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의 곡물가게. [연합뉴스 자료사진]
2분기 수입 곡물 가격…식용 10.4% 상승 전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2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식용 158.5, 사료용 163.1로 전 분기 대비 10.4%, 13.6%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의 곡물가게. [연합뉴스 자료사진]

◇ 커지는 인플레 압력…물가와의 전쟁 해법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의 긴축정책 등 대외 위험 요인은 커지고 국내 물가는 뛰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국의 고민도 깊어진다.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물가를 잡으면 이상적이겠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 변수가 물가 급등의 주 요인이기 때문이다.

3월 소비자물가가 10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4.1% 오른 데 이어 당분간 4%대 물가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3.0%로 낮추면서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에서 3.2%로 대폭 높여 잡았다.

특히 서민 경제에 영향이 큰 먹거리 물가의 고공행진이 우려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가공식품 소비자물가는 3.4~6.8%, 외식 소비자물가는 0.6~1.2%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곡물 수입단가 상승을 반영한 것으로, 다른 비용 요인을 함께 감안하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 높아진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결정짓는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하고,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물가 압력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월 경제동향'에서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하면서 "소비자물가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향후 우리 경제의 회복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달 6일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한 만큼 어떤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 정부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50조원의 추경 편성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시차를 두고 분산 편성하고, 경기 진작보다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경제의 안정적인 운용이 어렵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시중 유동성 회수가 중요한 만큼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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