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선판 뒤흔든 고발사주 수사 '태산명동 서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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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대선판 뒤흔든 고발사주 수사 '태산명동 서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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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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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결과 발표하는 여운국 공수처 차장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4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선거개입사건, 일명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5.4 [공동취재]
수사결과 발표하는 여운국 공수처 차장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4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선거개입사건, 일명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5.4 [공동취재]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 간부와 국회의원이 짜고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서 일부 사실로 밝혀졌다. 공수처는 4일 수사 발표를 통해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공직선거법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해 재판에 넘겼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는 손 검사와의 공모관계는 인정되지만 공수처법상 기소 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이었던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손 검사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있던 2020년 총선 직전에 직원에게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김 의원에게 전달해 국민의힘이 검찰에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을 지낸 조성은 씨가 김 의원과 주고받은 고발장 등 텔레그램 메시지를 언론에 제보하면서 큰 파장을 불렀다.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지난해 9월 공수처가 윤 당선인을 전격 입건하면서 야당으로부터 선거 개입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는 최근 손 검사와 김 의원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했으나 공수처는 두 사람의 공모가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

수사 결과대로 검찰 고위 인사와 국회의원이 공모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했다면 이는 중대범죄다. 공수처는 손 검사와 김 의원이 공모해 고발장을 미래통합당에 제공해 검찰 고발을 사주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발장 등을 활용해 검찰총장과 그의 가족, 검찰 조직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고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당시 열린민주당 후보)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고 봤다. 수사 정보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던 책임자가 수사 정보 등이 담긴 1, 2차 고발장을 의원에게 전달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것이다. 또한 부하 직원에게 지시해 열람ㆍ수집한 제보자에 대한 실명 판결문도 의원에게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은 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고발장과 판결문이 텔레그램을 통해 손 검사→김 의원→조씨 순으로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도 몸담고 있는 수사기관을 이용하려 했다면 중차대한 사안이다. 공수처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고위공직자범죄 행위를 엄단해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공명한 선거풍토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이 본격화되던 때 시작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수사가 마무리됐지만 곳곳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우선 손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의 윗선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손 검사에 대한 한차례 체포영장과 두 차례 구속영장이 모두 법원에서 기각되고 대선이 임박해 강제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탓이다. 결국 윤 당선인이나 한 법무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시민단체의 고발 사흘 만에 윤 당선인을 입건하고 공수처 수사 인력의 절반을 쏟아부으며 대선 개입 아니냐는 비난 속에 수사를 벌였지만 아무런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또한 공수처는 고발장을 누가 작성했는지 특정하는 데 실패했다. 이로 인해 수사의 핵심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8개월을 끌어온 공수처의 수사력 부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사 과정에서 야당 의원, 기자 등에 대한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웅 의원은 입장문에서 "결국 고발사주는 실체가 없는 광란의 정치공작임이 드러났다"면서 "검수완박 일당의 용역 깡패 역할을 했다"고 김진욱 공수처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공수처 조직의 명운을 건 이 사건에 대한 공소 유지가 험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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