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실세에 권한 집중 폐해 과거 정권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상태바
[연합시론] 실세에 권한 집중 폐해 과거 정권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 연합뉴스
  • 승인 2022.05.25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무부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을 장관 직속으로 신설하는 내용의 법무부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자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한동훈 법무장관으로의 권력 집중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는 최대 검사 4명과 경정급 경찰관 2명을 포함해 20명 규모가 될 인사정보관리단이 만드는 인사 검증 보고서를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이 취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인사 추천을 하면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경찰과 국가정보원 등의 협조를 받아 검증하는 구조였다. 청와대가 추천과 검증을 모두 맡던 구조를 현 정부는 대통령실과 법무부로 이원화하겠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실 폐지와 인사 검증 업무를 경찰과 법무부로 넘기는 것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인사 검증을 대통령실에서 분리해 정치권의 인사 외풍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지난 3월 대통령직 인수위가 미국 법무부 산하인 연방수사국(FBI)의 별도 부서에서 인사 검증을 하고 백악관 법률고문실이 최종 검토하는 미국식 인사 검증 제도를 참고해 새 인사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을 때는 큰 논란이 없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취임 후 실제로 이 제도를 실행하려고 하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두 달여 동안 변한 것이라고는 인사정보관리단을 지휘할 법무부 장관에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장관이 임명됐다는 것뿐이다. 벌써 '소통령'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윤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한 장관에게 정부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 권한까지 쥐어지면서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김남국 대변인은 "한동훈 법무장관은 민정수석이며, 인사수석이자 검찰총장"이라고 했다.

여기에 인사 추천을 하는 청와대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이 모두 검찰 출신이다. 추천과 검증을 이원화했다고 하지만 두 기능을 모두 검찰과 검찰 출신이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 권한을 축소하기는커녕 공직자들에 대한 정보를 쥐고 검찰의 권한을 키우려는 속내"라고 비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나온 공직자 및 공직 후보자의 개인 정보가 검찰 수사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우려가 제기되자 법무부는 '차이니스 월'(부서 사이 정보교류 제한)을 쳐 인사검증 정보가 수사에 활용되거나 하는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한 장관은 검증 결과만 보고 받고 중간보고는 생략하겠다고 한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인사를 검증하는 시스템 자체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다만,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이 모든 시스템을 총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박근혜 정부 시절 '왕수석'으로 불린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실세들이 집중된 권한을 남용해 국정농단 비판을 받았던 점을 현 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