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 이상 광주 토목현장 202곳서 평균 2∼3건 지적사항 적발
4천700여 세대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광주 광산구 한 재개발 사업지.
이주민이 떠나면서 시가지를 허물어뜨리는 철거 공사가 지난달 31일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허허벌판으로 변한 철거 현장에 외따로 선 숙박업소 건물이 이날의 작업 대상이었다.
팔이 기다란 특수굴착기 롱 붐 암(Long Boom Arm)이 건물 한쪽 귀퉁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상층부까지 뻗은 특수굴착기 팔 끝에 달린 집게가 벽체와 천장 등 구조물을 조각조각 떼어냈다.
굴착기 측면과 맞은편에 선 작업자는 먼지 날림을 막기 위한 물줄기를 파쇄 지점만 겨냥해 쏘아 올렸다.
철거 공정과 공사장 전경은 삼각대에 설치한 스마트폰에 동영상으로 기록했다.
해체공사 감리자는 살수차 주변에서 작업 전반을 지켜봤다.
하루 임차 비용이 일반 굴착기보다 몇 배 비싼 특수 장비, 제자리를 지킨 감리자 등은 학동참사 당시 없었던 모습이다.
학동참사와 올해 1월 화정아이파크 붕괴를 계기로 기동점검을 강화한 자치단체는 이날 철거 작업을 현장에서 살펴봤다.
해당 재개발 사업지에서 기동점검은 5월 한 달에만 다섯 차례 진행됐다.
점검에는 구조기술사 등 민간 전문가, 광주시 등 관계기관의 담당자가 참여했다.
수시 점검이 이뤄진 대형 철거 공사장과 달리 일부 소규모 현장에서는 참사가 남긴 교훈에도 '관행'이 만연했다.
올해 4월 남구 장미아파트 철거 현장에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가 기울어지는 사고가 났다.
지상 3층짜리 건물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벽돌 등 잔해가 지지대 연결 부위를 충격해 울타리가 행인과 자동차가 오가는 도로 쪽으로 기울어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담당 구청이 현장 조사에 나섰고 해체계획서 순서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해체공사 감리자가 건축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광주시는 학동참사 7개월 만에 건설노동자 6명이 희생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일어나자 올해 3월 15일부터 공사비 20억원 이상 토목건축 현장 202곳에 긴급현장조사팀을 파견했다.
안전관리계획서 분석 등 서류검토 위주로 점검을 진행했는데도 대부분 현장에서 평균 2∼3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적발된 현장에는 철거 공사장도 포함됐다.
광주시 긴급현장조사팀은 지적사항의 이행 여부를 추가로 점검하도록 안전감찰팀에 점검 자료를 공유했다.
북구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난달 30일 이뤄진 안전감찰 결과 지적사항 개선은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었다.
설계 도서보다 숫자가 많은 경사도 계측기가 점검 대상에 포함될 정도로 안전감찰은 이중삼중의 교차 검증에 방점을 뒀다.
광주시 관계자는 "사고란 평소 점검 결과와 관련 없이 불시에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안전장치를 계속 마련하자는 것이 이번 감찰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철거건물 붕괴참사라고도 불리는 학동참사는 지난해 6월 9일 오후 4시 22분께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버스정류장에서 발생했다.
철거공사 중이던 지상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매몰됐다.
짓눌린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승객 9명이 숨지고, 운전기사와 다른 승객 등 8명은 다쳤다.
재개발사업이나 철거 공사와 무관한 시민이 희생된 사회적 참사였다.
검경 수사 결과 해체계획서와 안전 지침을 따르지 않은 불법 공사가 붕괴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