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정치보복' 프레임 민주당, "과거 정부때는 안했느냐"는 대통령
상태바
[연합시론] '정치보복' 프레임 민주당, "과거 정부때는 안했느냐"는 대통령
  • 연합뉴스
  • 승인 2022.06.17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자료사진]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싸고 검·경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16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해 용도변경 특혜의혹이 제기된 백현동 개발 사업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또 검찰은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2016년과 2017년 대장동 개발 사업의 핵심 내용을 대장동 의혹 피의자이자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이었던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직접 보고받고 결재까지 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국면 때 터져 나온 이들 개발 의혹 사건은 민간업자에게 수천억 원의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계된 경위와 그 배후를 두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성남시에 대한 압수수색도 제때 실시하지 않았고,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분실한 휴대전화를 일주일 넘게 확보하지 못하다가 경찰이 CCTV를 보고 한나절 만에 찾는 등 부실 수사로 일관해 비난을 샀다. 물증도 없이 핵심 피의자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해 '수사의 ABC도 지키지 못한 무능한 검찰'로 질타를 받았고, 결국 특검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수사 도중 성남도개공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사업 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해 '자살당한다'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축소ㆍ부실ㆍ무능 수사로 지칭돼온 이들 사건에 대해 검경이 뒤늦게나마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은 국민적 의혹 해소 차원에서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경 수사가 이 상임고문을 겨냥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를 겨냥한 정치 수사"라고 규정했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검찰을 동원해 사정 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정치보복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지난 정권 검찰의 부실 수사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안 된 이들 의혹 사건을 그냥 묻어 버리자는 얘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당 유력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이라면 오히려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밝혀달라고 외쳐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고문도 지난해 11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했었다. 만약 야당 주장대로 검찰이 이 고문에게 없는 죄를 씌우는 표적 수사를 하는 것이라면 여론이 그대로 넘어갈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수사 결과를 예단한 정치 공세라는 비판을 피할 길 없다.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은 17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야권의 정치보복 주장에 대해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정치논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나면, 형사사건 수사라는 것은 과거 일을 수사하는 것이지 미래 일을 수사할 수는 없지 않으냐. 민주당 정부 때는 (과거정부 수사를) 안 했습니까"라는 말을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누가 집권을 해도 그 정부에서 수사가 이뤄지면 지난 정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는 뜻"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과거 정부도 했으니 우리도 한다는 뉘앙스로 들리기에 충분한 말이다. 더구나 과거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했던 윤 대통령이다. 당장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본인이 직접 했던 국정농단 수사가 정치보복 수사였다고 주장하는 것이냐"고 공격했다. 우리는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해 하는 말은 그 무게가 남다름을 또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격의 없이 소탈하고 진솔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과 신중하고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통령의 말은 주워 담기 어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