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악 생계 위기"…지구촌 극빈층 생사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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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악 생계 위기"…지구촌 극빈층 생사기로에 섰다
  • 연합뉴스
  • 승인 2022.06.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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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기후변화·전쟁 '퍼펙트스톰'…1억8천만명 식량 위기
우크라 사태로 극빈층 급증·국제구호기구 자금난…재앙 우려

이달 초 북아프리카 수단의 북다르푸르 주에서 남녀 어린이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보건 관리들은 이들 어린이가 식량 부족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전했다. 굶주림이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유엔은 오는 9월까지 수단에서 극심한 굶주림에 직면한 인구가 지금의 2배인 1천800만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런 기아 위기에는 내전, 경제 위기, 흉작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세계 식량 가격 급등이 이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세이브더칠드런은 설명했다. 수단 물가는 지난 12개월간 336% 폭등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세계적인 식량 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수단과 같은 가난한 나라의 극빈층은 생사기로에 서 있다. 또 빈국이든 아니든 취약계층의 생계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남수단의 한 난민촌에서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출처: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홈페이지]
남수단의 한 난민촌에서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
[출처: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홈페이지]

◇ 코로나·기후변화·전쟁이 키운 생계 위기…극빈층엔 생사 갈림길

"21세 들어 가장 큰 생계비 위기다."

유엔은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전쟁의 글로벌 영향: 수십억명 30여년 만의 최대 생계비 위기 직면'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2년을 겪으면서 세계 근로자의 60%는 실질소득이 감소했고, 최빈국들의 부채 고통은 커졌다.

여기에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악화하면서 생계 위기를 키우고 있다.

옥수수와 밀 가격의 상승만으로 가계 실질소득이 평균 1.57% 감소한 것으로 세계은행은 추정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까지 반영하면 더 줄어들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식량 위기가 세계적인 재앙으로 번질 가능성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와 연구기관들은 올해 41개국에서 1억7천900만~1억8천100만명이 식량 위기나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 감소로 세계 가용 식량이 줄어들면 내년에 1천900만명이 추가로 만성적인 영양 부족에 처할 것으로 예상됐다.

16억명이 식량 가격 상승, 에너지 가격 상승, 긴축 등 3가지 악재 가운데 최소 1개에 심각하게 노출된 94개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 유엔의 분석이다. 이중 12억명은 3가지 악재에 모두 노출된 '퍼펙트 스톰' 국가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 세계에서 최대 9천500만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세계은행은 식량 가격이 1%포인트 오르면 극빈층이 1천만명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빈곤선 바로 위에 있는 5천800만명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있다.

이처럼 지원 대상은 급증하는 반면 세계 식량 가격은 뛰면서 국제 구호기구의 자금난이 커지고 있다.

남수단에서는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자금 부족으로 식량 원조가 축소돼 최대 170만명이 기아 위기에 처했다. 생사의 갈림길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아데인카 바데조 WFP 남수단사무소장 대행은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금액이 올해 받은 자금을 훨씬 초과한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사망자 증가 등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은 가장 취약한 계층, 특히 식품 구매에 소득의 50% 이상을 쓰는 최빈층 가구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지적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종전까지 전기를 쓸 수 있었던 약 9천만명은 에너지 요금 지급 여력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있다.

우크라 밀밭에 떨어진 러시아군 탄도 미사일 잔해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솔레다르 마을 인근 겨울 밀밭에 러시아군이 발사한 토치카-U 단거리 탄도미사일 잔해가 방치돼 있다. 세계 5대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항구에는 러시아의 해상 봉쇄로 2천500만t의 곡물이 묶여 전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2022.6.9 (솔레다르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 밀밭에 떨어진 러시아군 탄도 미사일 잔해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솔레다르 마을 인근 겨울 밀밭에 러시아군이 발사한 토치카-U 단거리 탄도미사일 잔해가 방치돼 있다. 세계 5대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항구에는 러시아의 해상 봉쇄로 2천500만t의 곡물이 묶여 전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2022.6.9 (솔레다르 로이터=연합뉴스)

◇ "식량가격 급등에 돈 더 내도 덜 받아"…내년 전망도 암울

우크라이나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식량 위기가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유엔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고 높은 곡물·비료 가격이 다음 파종 시기까지 이어지면 현재 밀과 옥수수, 식물성 기름 사태(공급 차질 및 가격 급등)가 다른 주요 식품으로 번져 추가로 수십억명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확산하는 식량 보호주의도 악재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식량이나 비료의 수출을 제한한 국가는 25곳이다.

FAO는 지난 9일 '식량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식량 수입 비용이 1조8천억달러(2천317조원)로 작년보다 3%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가분 510억달러(66조원) 가운데 96%가 가격 상승분이다.

FAO는 "많은 취약 국가가 식량 구매에 돈을 더 내지만 식량은 덜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비용 증가, 수출 제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비료 공급 감소로 비료 가격이 식량 가격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탓에 세계 식량 생산이 줄어 내년에 식량 수요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량 위기 대처를 위해 각국의 빈곤·취약계층 지원 확대, 사회보호망 강화, 저소득국 부채에 대한 주요 20개국(G20)의 만기 2~5년 연장 등 채무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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