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훌훌 털고 떠나는 '맑은 영혼' 이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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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훌훌 털고 떠나는 '맑은 영혼' 이용섭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06.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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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과 캐스퍼
이용섭 광주시장과 캐스퍼

선거는 '승자'와 '패자'를 나누지만, 정치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이 말은 정치권에서 낙선자를 위로하고, 당선자에게 조언할 때 자주 인용된다. 승자는 언제든 다시 패자가 될 수 있고, 패자 또한 언제든 다시 승자가 될 수 있으니 '겸손'과 '용기'를 장착하라는 것이다.

민선 7기 광주시를 이끈 천생 일꾼 이용섭 광주시장이 4년 임기를 마치고 일주일 후 떠난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업적과 성과를 냈지만 짧은 기간 미처 완성하지 못한 사업들을 아쉬운 마음으로 민선 8기에 넘기고 떠나게 된다.

그는 '광주, 대한민국 미래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광주를 대한민국 선도도시로 우뚝 세웠다. '신의 한 수'라 불리는 인공지능과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어 한국판 뉴딜을 선도했다. 산업불모지였던 광주를 친환경자동차 선도도시, 노사 상생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인공지능 광주시대를 열고 GGM자동차공장을 완공시켰으며 해묵은 숙원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민관협치로 해결했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은 맘(MOM) 편한 광주 실현, 세계적인 민주인권 대표도시, 품격있는 문화일류도시, 청년이 찾아오는 꿈의 도시, 소외와 차별없는 따뜻한 복지공동체를 만들어냈다. 또 국내 최초 '2045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도시' 선언과 'AI-그린뉴딜'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4년이라는 세월 동안 광주발전을 위해 새로운 역사를 무수히 썼다.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에서 이용섭 시장이 탈락해 당시 많은 시민들이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지방선거에서 이용섭 시장을 찍으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됐느냐며 참정권을 박탈당했다고까지 했다. 시민이 응원해 키운 정치적 자산을 광주발전에 활용할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컸고, 4년 간 토대를 만든 사업들을 완성시키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외부의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도 지도자의 능력과 리더십이 뛰어나지 않으면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이 시장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다. 그의 이력이 이를 웅변한다. 그는 자신을 '비주류 3종 세트'(시골 중·고, 지방대, 호남 출신)로 비유했지만, 그의 능력은 시민 모두가 인정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호남의 인재'라고 극찬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석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가 내건 지역발전정책은 매우 혁신적이고 전략적이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외국 도시들이 지향하는 트랜드와 일치했다.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그만큼 탁월했다. 이용섭 시장은 자신의 저서 '인생도 역사도 만남이다'에서 "나는 광주에 산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당당한 광주를 만들고 싶었다"고 썼다. 그 꿈을 위해 잠깐의 일탈에서도 일밖에 몰랐던 이용섭을 민주당원 일부가 외면했다.

이용섭 시장은 평소 도종환의 시 '담쟁이'를 좋아했다. 그는 '담쟁이'가 보여주는 삶의 모습인 '말없이', '서두르지 않고', '여럿이 함께' 절망의 벽을 오른다는 의미를 시정을 이끌면서 실천했다. 그는 '담쟁이'가 처한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절망의 상황을 극복하고 담쟁이처럼 그 벽을 넘었다.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는 견고한 현실 앞에서 혹은 모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말없이 그 벽을 올랐다. 이 시장은 담쟁이가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으로 시정을 펼쳤다.

이용섭 시장은 차분한 성격에 과묵하고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경청의 힘'을 가진 현자(賢者)이다. 그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듣고 시정에 반영했다. 17년 동안 착공도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도시철도 2호선을 시민 공론화를 거쳐 단숨에 건설을 결정해 논란을 잠재웠던 건 대표적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용섭 시장은 '더 크고 더 강한 광주시대'를 열어 미래 100년을 대비하기 위해 추진했던 메가시티 조성을 앞두고 꿈이 아닌 현실화시켜낼 초입에서 아쉽게 물러난다.

강기정 당선인은 경선 후 이 시장과의 첫 상견례에서 전직 시장들이 참여하는 자문 모임 구성 여부를 묻고 앞으로 시정에 대한 관심과 조언을 요청했다. 이용섭 시장의 퇴임 후 계획은 알려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 시장에게 짐을 지게 해야 한다. 아쉽고 필요할 때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를 비롯해 침체되고 정적이 감도는 민주의 텃밭 광주를 발전시키기 위해 도움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이용섭 그를 잊어선 안 된다. 시민들의 응원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벗어라 훨훨~ 날아라 훨훨~' 그를 위해 박수치며 책을 좋아하는 쉼터로 보내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쉬움이 크다. 얼마 전 타계한 원로 코미디언 송해 선생의 인생을 담은 노래 '내 인생 딩동댕'이 인기라고 한다. "눈도 맞고 비도 맞고 앞만 보고 달려왔었네 /괜찮아 이만하면 괜찮아 내 인생 딩동댕이야" 그는 인생은 내 마음대로 흐르지도 않고 나도 모르게 흘러가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 이용섭을 노래한듯한 '내 인생 딩동댕', 시민들도 이용섭 시장에게 '딩동댕'을 주고 싶을 것이다.

그는 광주시민을 위해, 미래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시대의 어른이고 지도자다. 그가 가까운 날 돌아와 거목으로 지도자로 시민 행복을 위해 역할을 기꺼이 더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의 잠시의 쉼도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고 또 다른 기회다. 이후 이용섭의 또 다른 등장을 시민은 기대하며 반길 것이다. 가까운 날 다시 반갑게 만나기를 시민들은 바란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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