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9.22 (사진=연합뉴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국민 누구에게나 귀에 익숙한 경상도 사투리다. 2001년 많은 인기를 얻은 영화 '친구'에서 나온 유행어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바이든을 만나고 나가면서 뱉은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이 한 마디로 전 국민들은 '듣기평가' 시험에 들었다. '바이든' 또는 ‘날리면’ 등으로 들리는 이 희한한 발음 하나로 한국 사회가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 비속어 문제가 확대되자 첫 메시지로 '발언보다 외교적 성과에 주목을'이라고 했다가 15시간 뒤 진위 논란으로 전환하며 여당도 가세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진영대결로 프레임을 전환했다. 어느 한 집안에 불편한 일이 생기면 동네에 소문이 퍼질까봐 쉬쉬하자고 했다가 들통날까봐 거짓으로 둘러대는 우스운 모습으로 비친다. ××라고 했다 안했다. 대상이 누구다. OOO이 바이든이다 날리믄이다. 정말 지겹다. 이제 그만 듣고 싶다.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소위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기본적인 품성과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정치는 원래 말로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나. 대통령도 남이 듣지 않을 때는 사석에서 도가 지나친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말본새부터 바꿔야 한다. 검사 시절 여의도를 바라보던 시선과 생각을 바꿔야 한다. 말을 함부로 하는 지도자는 듣는 자세도 오만해질 수밖에 없다. 어찌됐든 '바이든'이든지 '날리면(믄)'이든지 전 국민들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까지 수십 번에서 수백 번까지 들었으니 판단은 국민에게 맡기더라도 대통령이 검사 시절 썼을 법한 "이 ×× 저 ××"한 건 문제가 없지 않다. 대통령은 미국 의회를 상대로 했던 우리나라 국회를 상대로 했던 잘못된 말 아닌가.
비속어는 격이 낮은 욕에 가깝다. 누구나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대통령이 조심하지 못했고 어떤 의도를 떠나서 해서는 안 될 비속어를 썼으니 사과하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막말보다 나쁜 게 거짓말"이라고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고 대통령은 깨끗이 사과하고,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번 해외 순방을 되돌아보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이 아닌 국민들을 위한 바른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통령의 '말'에 기가 눌려 아첨꾼이 된 참모들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용산 주변만을 맴돌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면 나라꼴은 뭐가 되나.
이번 해외 순방 중 영국의 조문, 미국에서의 글로벌펀드 조정회의에서의 막말, 일본 기시다 총리와의 만나는 과정에서 격식도 품격도 없는 굴욕적 외교에 대해선 국회에서 따질 문제다. 지금은 첫째도 둘째도 '민생'이다. 광주의 도심인 충장로를 가보면 문 닫힌 상가가 즐비하다. 어느 시골의 한적한 신작로를 걷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쌀농사를 하는 농부들은 쌀값 보장을 받지 못해 논을 갈아엎고 머리띠를 매고 아스팔트로 나와 아우성이다. 국민들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에 죽을 맛이다. '제 2의 IMF'까지 우려된다는 무시무시한 말이 나오는 이런 시국에 신중하지 못한 대통령의 비속어로 연일 논란만 하며 서로 남 탓만 할 것인가. 대통령의 비속어에 대한 논란이 언론의 왜곡보도면 그들의 책임이고 거짓말이면 대통령 책임이다. 하지만 "이 ××"란 욕과 "쪽팔려"라는 비속어를 쓴 건 사실이잖나. 그럼 사과해야 맞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