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이제부터" 74년 전의 여순사건 진상규명·명예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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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이제부터" 74년 전의 여순사건 진상규명·명예회복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10.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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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낭독하는 여순사건 유족19일 전남 광양시 광양시민광장에서 열린 여순사건 제74주기 정부 합동 추념식에서 유족인 김명자 씨가 자신의 사연을 낭독하고 있다. 2022.10.19 (사진=연합뉴스)
사연 낭독하는 여순사건 유족
19일 전남 광양시 광양시민광장에서 열린 여순사건 제74주기 정부 합동 추념식에서 유족인 김명자 씨가 자신의 사연을 낭독하고 있다. 2022.10.19 (사진=연합뉴스)

"70년이 넘도록 남모르게 피눈물을 흘리며, 부모도 모르고 살아올 때는 위로는커녕 눈길 한 번 주지 않더니 왜 인제 와서"

해방공간의 정치·사회적 배경이 얽혀있는 여순 10·19사건은 1948년 제주에서 일어난 제주도민들의 항거를 진압하라는, 자국민에게 총칼을 겨누라는 부당한 명령에 여수에 주둔 중이던 군인들의 항거가 주 요인으로 제주 4·3 사건과 뗄 수 없는 사건이다. 그러나 국가의 대응은 너무 차이가 크다. 제주 4·3 사건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국가의 잘못을 사죄하고 평화공원 조성, 문재인 대통령 추모식 참석, 국가기념일 지정 등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19일 74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주최로 열린 여순 10·19사건 합동추념식에는 대통령은커녕 국무총리도 참석하지 않은 채 초라하게 열렸다. '74년 눈물, 우리가 닦아주어야 합니다'라는 주제의 추념식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추념사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영상메시지가 고작이었다.

이번 추념식은 정부가 국가폭력에 희생된 국민들께 사죄의 마음이 있는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초라한 분위기 그 자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즈음 국방컨벤션센터에서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시작하자마자 "윤석열! 윤석열! 윤석열!"을 연호하며 공간을 증폭시켰다. 순간 군사정권 시절 전두환을 떠오르게 했다. 이날 오찬은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동지들"이라고 부르며 "너무 반갑고 또 잘해줘서 고맙다. 여러분들 고생한 것 내가 안다"고 인사를 건넨 뒤 "이런 자리가 늦어졌다"면서 "이런 날은 소주도 한잔해야 하는데 상황이 이래서 간단히 점심으로 해서 미안하다. 다음엔 여유 있게 저녁으로 모셔서 소주잔도 한잔 기울였으면 좋겠다"며 다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도 어렵고 민생이 어려운 엄중한 시기, 74년만에 정부 주최로 열린 여순 10·19사건 합동추념식이 거행된 날, 윤 대통령은 또 소주타령을 했다. 여기에 더해 한 당협위원장의 '종북 주사파' 언급에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라며 여순 10·19사건으로 해방 후 위정자들의 반공정책 과정에 '빨갱이' 프레임이 덧씌워져 이들 유가족들은 제사 하나 마음껏 지낼 수 없었던 이 나라에서 가장 불행한 국가폭력 중 하나였다는 사실 앞에 망언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이날 추념식에서 유가족 대표로 나선 김명자 씨는 자신의 한 맺힌 사연을 낭독했다. "부모 없이 살아온 유족들의 나이가 이제는 다들 저세상으로 떠날 나이가 됐습니다. 유족들 마음속에 핀 눈물 꽃, 이제는 열린 마음으로 닦아주셨으면 합니다."며 그는 "70년이 넘도록 남모르게 피눈물을 흘리며, 부모도 모르고 살아올 때는 위로는커녕 눈길 한 번 주지 않더니 왜 인제 와서"라면서 아쉬움을 내비치며 늦게라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국가를 보위하는 책임이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소중히 여기는 정부라면, 과거 국민 희생에 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여순사건 진상규명·명예회복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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