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한달] 원인·책임 규명 갈길 먼 특별수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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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한달] 원인·책임 규명 갈길 먼 특별수사본부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1.2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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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방·구청 공무원 중심 18명 피의자 입건…'윗선' 수사는 부진
추상적 책임 나누기·지엽적 사안에 수사력 낭비 지적도
특수본 앞 대기 중인 취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특수본 앞 대기 중인 취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한복판에서 시민 158명이 압사한 전대미문의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일차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은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맡았다.

특수본은 27일 현재 경찰·소방·행정 공무원을 중심으로 최소 1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직무유기 등 혐의를 두고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고발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가져갈 때까지 직접 수사하기로 하는 등 '성역 없는 수사'도 공언했다.

그러나 소문으로 떠돌던 '토끼머리띠'와 이른바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 등 지엽적이거나 참사의 원인과 무관한 사안에 수사력을 소모하면서 본질에 육박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서울경찰청 등 압수수색'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2022.11.2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서울경찰청 등 압수수색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2022.11.2 (사진=연합뉴스)

◇ 특수본, 피의자 무더기 입건…혐의 입증 주력

특수본은 참사 발생 사흘 만인 이달 1일 501명 규모로 출범해 이튿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용산구청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달 7일엔 박희영(61) 용산구청장과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 사전 안전관리 대책 수립과 참사 당일 현장대응이 적절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후 유승재(56) 용산구 부구청장과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 송은영 이태원역장 등을 추가로 입건해 행정·교통당국 담당자의 법적 책임을 따져보는 중이다.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모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과 박성민(55)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등을 입건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수본은 핼러윈 인파로 인한 보행자의 도로난입과 교통사고 발생 등을 우려하는 내용의 이 보고서가 참사 발생 이후 담당 정보관 업무용 PC에서 삭제된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경찰 안팎에서는 사고의 직접적 원인·책임과 무관하고 감찰로 확인할 정도의 사안에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까지 적용해가며 무리하게 수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 삭제·회유 의혹에 연루돼 입건·대기발령 조치된 전 용산서 정보계장 정모(55) 경감은 이달 11일 숨졌다.

재소환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조사받기 위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11.24 (사진=연합뉴스)
재소환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조사받기 위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11.24 (사진=연합뉴스)

◇ '기동대 요청' 공방 일단락…소방당국 수사 확대

이 전 용산서장과 서울경찰청 사이에 벌어졌던 '경비 기동대 요청 진실공방'은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사실상 결론났다.

용산서의 기동대 요청 여부는 부실한 사전 대비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핵심으로 꼽혀왔다.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만큼 기동대를 배치해 인파를 통제했다면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결과론적 반성으로 책임 공방이 불붙었다.

이 전 서장은 부하 직원에게 지시해 서울청에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서울청은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맞서왔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의 진술 이외에 기동대 요청을 지시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용산서가 서울청에 기동대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특수본은 서울시내 경찰 경비인력을 총괄 운용하는 서울청도 부실대응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고 김광호(58) 서울청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방에서는 참사 당시 현장 지휘 책임자였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이모 현장지휘팀장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수본은 소방청이 참사 당시 중앙긴급구조통제단 구성·운영과 관련한 공문서를 허위로 꾸민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잊혀지지 않는, 잊을 수 없는[연합뉴스 자료사진]
잊혀지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사고 원인 규명 집중…행안부·서울시 등 '윗선' 수사는 미진

각 분야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는 재난안전기본법 등 규정에 따라 업무를 제대로 했는지 법적책임을 나누는 데 초점을 맞췄을 뿐 참사의 직접적 원인 규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사고가 발생한 객관적·과학적 경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3D 시뮬레이션 결과로 일부 드러날 전망이다.

특수본은 지난 24일 국과수로부터 당시 현장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전달받았다. 특수본은 시뮬레이션 결과가 현재 수사 중인 각 분야 공무원들의 책임을 좀더 명확히 가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윗선'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특수본은 수사 초반 행안부와 서울시의 책임에 대해 '법리 검토 중'이라고만 하다가 지난 17일에야 강제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집무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정치적 고려로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 장관에 대한 소방노조의 고발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했지만 지난 23일 고발인 조사 이후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태다.

수사가 사고 원인과 직접 연관이 없는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이나 경찰의 늑장보고 경위 등에 매몰됐다는 비판도 있다. 수사 초기 주요 피의자보다 인터넷에서 소문으로 돌던 '토끼머리띠', '각시탈'로 불린 시민을 먼저 소환하면서 수사력을 낭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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