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반격 능력' 보유 선언한 일본, 한반도 군사개입 우려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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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반격 능력' 보유 선언한 일본, 한반도 군사개입 우려 없어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2.12.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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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하는 기시다…'반격 능력 보유' 안보 정책 개정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열린 임시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2022.12.16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기자회견 하는 기시다…'반격 능력 보유' 안보 정책 개정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열린 임시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2022.12.16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갈등과 동북아 긴장 고조를 틈타 군사 대국화를 모색하는 일본이 유사시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는 근거까지 마련하는 등 안보 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16일 임시 각의에서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계획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 문서의 개정을 의결했다. 이들 문서는 일본이 5~10년마다 개정하는 방위 정책의 기본 방침이다. 개정안은 전반적으로 방위비 대폭 증액 등 군비 증강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반격 능력 보유'에 관한 언급이다. 이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일본 평화 헌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으로, 일본 내에서조차 위헌이라는 지적에 제기됐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헌법 9조의 이념 아래 지금까지 내걸었던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자위력 행사 가능)의 형해화가 더욱 심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일본 집권 세력은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계기로 개헌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개정안은 반격 능력을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그 수단으로서 탄도미사일 등에 의한 공격이 행해진 경우, '무력 행사 3 요건'에 근거해 그런 공격을 막기 위한 부득이 한 필요 최소한의 자위 조치"라고 기술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미국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때도 적국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그 대상이 북한이나 중국, 지역은 한반도나 그 주변이 될 공산이 크다. 유사시 일본이 한반도에서 무력을 행사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은 일제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은 3대 안보 문서 개정의 후속 작업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데 여기서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를 반영해 양국의 역할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공격, 일본은 수비'라는 기존의 틀이 깨지고 일본이 공격 역할까지 겸하게 되면 동북아의 안보 지형의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본은 반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5년 뒤인 2027년까지 2%로 늘리고, 원거리 타격을 위한 무기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문제는 반격에 나설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행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한국의 동의 없이 일본 또는 미국·일본의 결정만으로 한반도에서 일본이 군사 행동을 벌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가 주권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도 관련국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정책은 사전에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국제 사회의 규범이다. 상대가 우방이고, 우려가 크다면 당연히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더구나 일본은 과거 침략과 식민 지배의 가해국이고, 한국은 피해 당사국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일본이 우리에게 내용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혹시 일본이 우리 측과 상의 없이 사후 통보만 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한국과 일본은 심화하는 안보 블록화 속에 한배를 타고 있고, 북한의 무력 도발에도 함께 협력해 대응해야 하지만 일본의 한반도 군사 개입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일본의 정책 변화가 우리의 영토 주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는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발표 후 "한반도 대상 반격 능력 행사와 같이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사전에 우리와의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특히 미일 정상회담에서 역할 분담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확정해지기 전에 두 나라와 이 문제를 충분히 논의해 우리의 국익을 지키고 국민들의 우려도 덜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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